정부가 내년 경제 운용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서민과 중소기업의 체감경기 개선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민과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이 서민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인 일자리 창출 기반을 강화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취약계층 일자리 확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노동 유연성 확대와 취약계층 근로자 보호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노동 유연성을 높여 단시간근로 등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지위가 열악한 근로자를 보호해 고용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우선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 기간 제한(2년)의 예외 대상 업종이 신설 기업과 용역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청소 · 경비 등의 업종으로 확대된다. 이들 업종에서는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단위기간이 2주 또는 3개월에서 1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업무량이 많은 기간에는 근로시간을 늘리고 업무가 적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이되 전체 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각종 중소기업 지원제도의 상시근로자 수 산정 기준이 변경돼 단시간 근로자 2명은 상시근로자 1명으로 인정된다. 중소기업이 업무량이 많을 때 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하고 싶어도 근로자 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추가 채용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근로자가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대신 이를 휴가로 적립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근로시간저축휴가제가 도입된다.

◆하도급 근로자 보호기준 마련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내년 상반기 중 마련된다. 정부는 실태 점검 대상도 제조업에서 유통 · 서비스업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건설 근로자의 고용 여건 개선을 위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업체의 명단을 공개하고 상습 임금 체불 업체가 하도급업체로 참여한 원청업체에 대해서는 공공공사(300억원 미만) 낙찰자 적격심사 때 감점하기로 했다.

외국인 인력에 대해서는 우수 인재는 적극 유치하되 지나친 유입은 막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특정활동 비자(E7)로 들어올 수 있는 직종을 확대하고 주무 부처의 추천을 받은 경우 첨부 서류를 대폭 축소하는 등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반면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일자리를 지나치게 잠식하는 일을 막기 위해 고용주에게 외국 인력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정보기술(IT)과 제약산업 등 지식재산권 남용 우려가 큰 업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다.

정부는 IT산업과 제약산업의 국내외 사업자 107개사를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허권 남용 행위에 대해 본격 조사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허와 무관한 상품을 강제 구입하게 하거나 특허권 만료 후에도 로열티를 부과하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을 내년 6월까지 지정하기로 했다. 이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진입 실태를 공표해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진입을 자제하도록 하고 이미 대기업이 진출해 있을 경우에는 사업조정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부당내부거래 조사와 기업결합 규제를 활용해 대기업의 계열사 몰아주기와 중소기업 인수를 통한 시장지배력 확장을 막기로 했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창업기(1~5년) 성장기(6~9년) 정체기(10~20년) 재도약기(20년~) 등 성장 단계별로 세분화된다. 정부는 창업기 기업에는 자금과 판로 확보를 위주로 지원하고 성장기 기업에는 연구 · 개발(R&D)과 우수 인력 공급,정체기 기업에는 글로벌 경쟁력 등에 중점을 둔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