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은 '아시아 · 태평양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전문 정유회사'에 오른다는 목표 아래 사업 고도화와 주주 가치 증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 비율(벙커C유 고도화 비율 62%)을 갖췄고,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고객을 확보해 왔다.

◆대규모 투자로 미래 성장성 확보

2005년 이후 국내 정유회사들은 고도화 설비(저부가의 고유황 중유인 벙커C유 등을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 경유 등으로 전환시켜 주는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이미 1997년 말 25%에 이르는 고도화율을 달성해 전체 생산하는 석유제품 중 벙커C유 등 저부가 제품 비중이 10% 초반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1997년 이전 연간 영업이익은 1000억~2000억원에 불과했지만,이런 선제적 투자에 힘입어 1997년 고도화설비와 PX센터 완공 후에는 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2004~2008년 정유업 호황기에는 5년간 5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투자 결실을 맺었다.

또 잉여자금은 시장 금리를 웃도는 배당금으로 지급하며 주주들에게 보답해 왔다. 2009년에는 정유산업이 침체기를 겪었고 대규모 설비투자 집행에 따라 자금 소모도 커 배당금이 감소했지만,올해 말부터는 빠른 실적 개선과 투자비 지출 감소에 힘입어 배당금이 증가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남보다 한발 앞선 투자로 고도화 설비율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대규모 윤활유 및 파라자일렌(PX) 설비를 구축했다. 이 투자로 아시아 · 태평양지역 정유사 중 가장 높은 수익 창출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1991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자본 투자 이후 1997년 말까지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해 지난 10여년간 최고의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에쓰오일은 14년 만의 대규모 설비투자 완료에 따라 내년 2분기부터 PX,벤젠 및 석유제품 설비능력이 늘어난다. 약 1조4000억원을 투자해 합성섬유의 중간 원료인 PX 90만t 설비를 확장,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연간 160만t 설비를 보유하게 된다. 정제마진 강세의 수혜와 더불어 석유화학제품 판매량 증가까지 겹쳐 실적이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에쓰오일의 연간 영업이익이 2009년 2912억원의 저점을 찍은 뒤 올해 7610억원으로 빠르게 회복한 다음,내년에는 1조1768억원으로 54.6%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2012년에는 PX 판매량이 더 늘어나고 정제마진 또한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35.6% 늘어난 1조595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영업이익 전분기보다 두 배 이상 증가

정제마진 강세와 양호한 석유화학 및 윤활유사업 영업환경에 힘입어 에쓰오일의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 대비 100.4% 급증한 343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 1분기에는 계절적 석유제품 성수기가 지속되고 PX 마진도 좋아지며 실적 개선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1~12월 현재 에쓰오일의 주요 제품 판매 추세는 매우 견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0월에 15일 동안 고도화 설비 일부의 정기보수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수요 강세에 힘입어 대부분의 정유공장 가동률이 100%에 가깝다. 4분기 석유제품 판매량은 보다 큰 규모의 정기보수가 있었던 3분기에 비해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에쓰오일의 주요 석유화학제품인 PX의 가격과 마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방제품인 테레프탈산(PTA) 수요가 폴리에스터 수요 증가와 폴리에스터 대체재인 면화 가격 강세 등에 힘입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일부 신 · 증설 공장 완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중국 우루무치석유화학의 연산 100만t 등 중국지역 230만t,에쓰오일 90만t,인도 릴라이언스 125만t 등 올해 상업 생산 예정이던 PX 생산시설의 증설이 예정돼 있다. 간접적 PX 가격 강세의 원인이던 면화 가격 강세 지속 여부에 대한 의심도 많다. 그러나 전방제품인 PTA 증설 규모가 PX에 비해 많고,수요가 예상보다 강한 데다 만성적인 신 · 증설 지연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 내년 PX 마진은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내년과 2012년은 에쓰오일의 90만t PX 증설 효과가 실적에 크게 반영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배당주보다는 성장주로 분류돼야

에쓰오일의 주당 배당금은 2009년 1350원을 저점으로 올해 2000원,내년 4000원으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현재 다양한 핵심 사업 관련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어 향후 적절한 투자 대상이 확보하는 경우 투자지출 확대가 배당금 인상을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 정제마진과 PX 마진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향후 구체적인 성장전략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어 주가 전망은 밝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가는 정유업종의 이익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수요 확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고유가가 지속되면 매출에서 석유개발사업 비중이 큰 글로벌 선두기업들의 수혜는 크지만 석유개발 비중이 낮고 정유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수혜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업종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설비 효율성이 높아 휘발유 등유 경유 나프타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생산 비중이 높고 손실폭이 확대 추세에 있는 벙커C유 생산 비중이 낮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다. 또 내수 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정부의 직 · 간접적인 가격통제권 아래에 있기 때문에 수급에 따라 합리적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수출시장에 고부가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낼 전망이다. 에쓰오일이 이에 해당한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jj.kim@wooro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