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15일부터 사흘간 인도를 방문한다. 대동하는 경제인만 공상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급을 포함해 400명이 넘는다. 청정에너지 분야 등 200억달러에 달하는 45건의 협력사업에 합의할 예정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이 미국과 인도의 밀월관계 구축을 저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를 방문,100억달러 규모 계약서에 서명하고 인도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에 공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원 총리의 인도 방문에는 미국과 인도가 협력체제를 구축,중국을 압박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인도 "中시장 먼저 개방하라"

2001년 10억달러였던 인도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13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간 무역 규모는 450억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6.7% 증가했다. 올해 말에는 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인도의 대중국 무역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박한진 KOTRA 베이징KBC 부장)는 점이 인도의 불만이다.

중국은 내친김에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논의하자고 나섰다. 장옌 주인도 중국 대사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협력체제가 공고해지고 있으며 이제 FTA로 한 단계 더 발전할 단계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후정웨 중국 외교부 차관은 "원 총리의 이번 인도 방문에서는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것들을 논의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인도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무역적자에 대한 특별한 해소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FTA를 거론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다는 시각이 인도 정부 내에 적지않다고 보도했다. 아난드 샤마 인도 상무장관은 "중국과 FTA 체결에 관한 의사가 진전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기술(IT) 산업을 비롯해 식품 오락 의약품 시장 등을 중국이 먼저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중국,미국과 인도의 밀착에 경계심

중국과 인도는 국경 문제를 놓고 1962년 전쟁을 벌였다. 지금도 히말라야 산맥을 사이에 둔 아루나찰프라데시 등의 영유권을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당연히 외교적으로 양측은 불편한 사이다. 인도는 미국과 핵물질 재처리에 관해 합의했고,영국은 인도에 민수용 핵기술을 수출했다. 인도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 서방이 인도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중국은 인도와 갈등 관계인 파키스탄에 전투기 150대를 반값에 판매하며 인도를 견제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도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자 중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는 일본과 미국이,서사군도를 놓고는 베트남과 미국이 밀착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미국이 일본 베트남 인도 등과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을 에워싸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원 총리의 이번 인도 방문에선 중국 · 인도 간의 획기적인 협력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CMP는 "중국은 경제협력 강화로 인도와 관계를 다져서 미국의 영향력이 인도를 통해 커지는 것을 차단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