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가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자연재해' '아이폰' '월드컵'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인터넷 검색업체 야후는 최근 2010년 한 해 동안 각 국가별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검색어를 정리한 '2010 인기 검색어 톱 10'을 발표했다. 2010 인기 검색어 톱 10은 미국 한국 대만 홍콩 영국 독일 등 전 세계 16개 국가 및 지역별로 집계된 인기 검색어다. 이를 통해 올 한 해 동안 어떤 이슈가 화제를 모았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석유 유출 · 지진 · 기상 이변에 관심 집중

각 국가별 인기 검색어 순위를 보면 자연재해,아이폰,월드컵 등이 공통 요소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 발생해 2억600만갤런의 원유가 유출된 '멕시코만 기름 유출사고(BP oil spill)'가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는 유정 자체에서 막대한 석유가 흘러나오면서 멕시코만 전체를 뒤덮다시피해 역사상 최악의 석유 사고로 꼽히고 있다. 야후 관계자는 "2001년 인기 검색어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뉴스가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아이티 인도네시아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강진의 여파로 '지진'도 인기 검색어였다. 잇따라 지진이 발생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진'이 검색어 2위에 올랐다. 지난 5월과 6월에 잇따라 지진이 발생한 대만에서도 '지진'이 검색어 1위였다. 올해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은 베트남에서는 홍수와 그 연관 검색어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중남미의 경우 멕시코에서 '자연재해(6위)' '광부들의 비극(9위)' 등이 인기 검색어였다. 30년래 최악의 폭설을 경험한 영국에서는 '날씨(weather)'가 인기 검색어 3위에 올랐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도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축구의 인기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덜한 미국에서도 남아공월드컵이 인기 검색어 2위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경기 일정,선수,소속팀 등 연관 검색어 등도 검색 횟수가 많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남아공 전통 악기 '부부젤라'를 검색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부부젤라는 글로벌 랭귀지 모니터(GLM)가 발표한 올해 가장 많이 쓰인 단어 중 하나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월드컵'이 홍콩과 말레이시아에서는 2위,베트남과 싱가포르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IT기기는 단연 '아이폰'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끈 검색어였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대만에서는 '아이폰'(3위),홍콩은 '아이폰과 아이패드'(5위),인도는 '아이폰4',싱가포르는 '아이패드'(6위)가 각각 인기 검색어로 랭크됐다. 미국에서도 아이폰이 6위를 차지하며 IT기기 가운데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유럽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해 지역별 온도차를 드러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IT기기 1위는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였다. 2위는 아이폰이었다.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 터치'도 8위에 올라 애플의 주력 휴대용 기기가 모두 10위 안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패드는 영국의 IT기기 부문 검색 결과에서도 1위에 올랐다.

미국에서 아이패드와 아이폰 다음으로 많이 검색된 IT기기는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 '닌텐도 위(Wii)'였다. 그 뒤를 이어 내비게이션 기기 '가민 GPS(4위)',스마트폰 '모토로라 드로이드'(5위),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360'(6위),아마존 전자책 '킨들(Kindle)'(7위),반즈앤노블의 전자책 '누크(Nook)'(9위),디지털 비디오 레코더 '티보(TiVo)'(10위) 등이 인기검색어로 나타나 미국 IT기기 시장의 흐름을 보여줬다.

◆한국에선 천안함 · 슈퍼스타K가 이슈

한국의 2010년 인기검색어 순위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정치 · IT · 사회 · 스포츠 · 연예 등에서 검색어가 고루 분포돼 있었다. 한국 인터넷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2010 남아공월드컵'이었다. 2위는 지난 3월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계함 '천안함'이 올랐다. 3위에는 지난해 아이폰 출시 이후 꾸준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스마트폰'이 차지했다. 4위에는 케이블TV 사상 처음으로 19%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 '슈퍼스타K2'가 차지했다. 이 밖에 '동계 올림픽'(5위),'지방선거'(6위),'제빵왕 김탁구'(7위)가 상위권에 올랐다.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고조되고 있는 남북간 긴장관계와 김정은의 3세 승계 등의 영향으로 북한 관련 뉴스가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뉴스는 지난달 말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소식이었다. 2위는 천안함 침몰 사건이었다. 그 뒤를 이어 '북한의 김정은 후계 공식화'(6위)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사망'(10위)도 상위권에 올랐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