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 축포를 터뜨린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코스닥시장은 여전히 냉랭하다. 코스닥지수는 연초 528.09에서 14일 515.00로 오히려 2.47% 뒷걸음질쳤다. 지난 1월18일 553.10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2~3개월 단위로 지루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코스닥도 조만간 코스피지수와 '키맞추기'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프리미엄이 높아진 데다 지난 9월부터 외국인 매수세가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외된 코스닥시장

증시가 달아올랐던 2007년엔 올해와 달랐다. 코스닥지수가 2007년 10월10일 818.26으로 코스피지수(10월31일 2064.85)보다 한발 먼저 사상 최고점을 밟았다. 현재 코스피지수가 최고점에 55포인트 차로 다가선 반면 코스닥지수는 고점 대비 303포인트(37.06%) 낮은 상태다.

3년 전과 반대 양상을 보이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선 경기순환 사이클의 차이를 들었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2007년은 산업 · 소비경기가 정점에 달한 호황기였던 반면 올해는 경기회복세가 점차 가시화되는 과정"이라며 "이럴 땐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높을 수밖에 없어 코스닥이 소외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도주의 시장 주도력이 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상승세가 대형주로 집중된 올해 증시에서 코스닥 우량주들이 지수를 밀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평진 대우증권 스몰캡팀장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12.18%이지만,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은 4.13%에 불과하다"며 "일부 코스닥 종목이 코스피지수 못지 않게 올랐음에도 지수 상승률이 저조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NHN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간 것도 한 요인이다.

올해 내내 터져나온 코스닥 상장사들의 횡령 · 배임 및 분식회계에 따른 투명성 문제도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횡령 등으로 상장폐지된 코스닥 기업이 늘면서 투자자들이 코스닥의 성장성에 주목하기보다 신뢰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며 "감사 의견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기업이 쏟아질 내년 상반기까지 지수가 상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에는 재평가 가능성 높아

그러나 코스닥시장 소외는 내년부터 차츰 해소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코스피지수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코스닥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2006년부터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주가수익비율(PER)이 코스닥 29배,유가증권시장 16배로 차이가 컸지만 금융위기 이후로는 각각 11배와 9배로 대폭 좁혀졌다"며 "위험회피 성향이 낮아지면서 코스닥 종목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월부터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꾸준히 매수 우위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 팀장은 "코스피지수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외국인이 코스닥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기관과 개인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코스닥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폭이 유가증권시장 기업들보다 낮았지만 내년에는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코스닥에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유가증권시장 소속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이 14.34%인데 반해 코스닥 기업들은 53.5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및 정보기술(IT) 관련주 중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개선되는 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정승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IT와 자동차 관련주가 코스닥지수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