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품은 지난 15년간 불황으로 가격이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안목에 따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까지 갖춰 감정 체계와 유통 시스템을 보완하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

오는 22일 서울 경운동 수운회관 2층 경매장에서 첫 경매를 열고 본격 출범하는 고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AT옥션의 김범수 대표(35)는 고미술품 시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AT옥션은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의 큰아들인 김 대표가 올해 3월 설립한 경매회사다. 신생 AT옥션의 전략은 저평가된 고미술품을 발굴해 대중화하겠다는 것.싼 추정가를 내세워 투자자를 유인하기보다 양질의 작품 위주로 경매를 치르겠다는 전략이다.

"우리 조상들의 멋과 지혜가 담긴 고서화나 도자기를 잘 사면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자산 증식에도 도움이 되지만 잘못 투자하면 적지 않은 손실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보는 안목을 갖추고 시장의 원리와 흐름을 잘 짚어내야 성공할 수 있지요. "

김 대표는 "선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전통 미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한국도 이제부터 외국 작품보다 우리 것에 애착을 갖기 시작할 때"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고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30~40대가 늘고 있어 고미술품 거래의 중심이 개별 거래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경매시장으로 기울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미술계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최고경영자는 그 사업에 대한 열정과 확신,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 길이다'라는 확신이 없으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없죠.고미술시장을 회복시키려면 그런 개척자 정신이 중요합니다. "

그는 "미술품 경매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누구나 쉽게 자기 그림을 팔고,고객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국내 경매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아직 단정적으로 어떤 기업이 최고라고 말할 수 없지만 차별화된 전략만 있으면 시장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가 세운 기준은 세 가지.어떤 형태든 컬렉터에게 가치를 줘야 하고,시장의 투명성을 키워야 하며,모든 사람에게 전통문화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경매 출품작은 도자기와 고서화,민속품 등 고미술품 156점과 근 · 현대 미술품 38점 등 194점.조선시대 느티나무와 홍송으로 제작된 가구 '강화 반닫이'(99.5×53×84㎝)가 추정가 9000만~1억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에 출품된다.

고려시대 도자기 '청자상감운학문매병'(추정가 7000만~9000만원),조선시대 도자기 '백자호'(4000만~5000만원),자하 신위의 그림 '산수도 8폭 병풍'(3500만~4000만원),조선시대 동물 그림 '영수도 10폭 병풍'(2500만~3000만원),'통영나전 삼충도'2500만~3000만원) 등이 전략 상품으로 꼽힌다.

또 백범 김구의 붓글씨 '철혈정신'(1000만~1200만원),이하응의 그림 '묵란도'(800만~1000만원),박생광의 드로잉,이철희의 '위너의 얼굴-이건희' 등 근현대 작품도 경매에 부쳐진다. 이번 출품작의 90%가 추정가 1000만~5000만원 선이며 5000만원이 넘는 작품은 10점이다. 개별 거래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만큼 고미술 시장이 침체된 데다 고미술 경매에 대한 참여 폭을 넓히기 위해 시장가격보다 40~50% 싸게 추정가를 매겼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출품작은 한국고미술협회의 감정을 거쳤다"며 "낙찰된 작품에 대해 위작논란이 제기되면 100% 환불해준다"고 말했다. 출품작은 16~22일 수운회관 경매장에서 미리 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