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위기가 벨기에로 번졌다. 하지만 유럽 각국의 입장차로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4일 벨기에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내년 벨기에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공공부채가 100%를 넘는 등 재정 위험도가 높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벨기에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를 제외하고 채무 위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지목돼왔다. 지난해 GDP 대비 6%였던 재정적자가 올 들어 급증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규모가 GDP 대비 340%로 지나치게 비대한 것도 문제다. 특히 벨기에 대형 은행들은 최근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에 540억달러를 물린 상태다. GDP 대비 11.7%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벨기에는 재정적자와 공공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혼란한 국내 정치도 위기를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벨기에는 지난 6월 총선 이후 북부 플레미시(네덜란드어권)와 남부 왈로니아(프랑스어권)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불거지면서 연정 구성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현재 임시정부가 구성돼 있지만 정치적 혼란 때문에 재정적자 감축은 엄두도 못 내는 상태다. S&P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벨기에의 신용등급을 6개월 안에 한 단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벨기에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07%까지 상승했다. 같은 조건의 독일 국채와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1.02%포인트로 지난 8월 초(0.62%포인트)에 비해 대폭 커졌다.

유로존 내 또 다른 재정불량국인 스페인도 추가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된다. 무디스는 15일 'Aa1'인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정부의 부실한 재무구조와 높은 재정적자 비율 등 위험요인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9월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불거지자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벨기에로까지 재정위기가 번지면서 유럽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16일 열릴 EU 정상회의에서는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유로안정화기금(ESM) 출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구제금융 방식을 놓고 독일과 다른 유럽 국가들의 갈등이 여전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ECB 보유 PIGS 국가 국채 가치가 갑자기 30% 하락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CB의 부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