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동 무휴가' 원칙이 성립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판사 한규현)는 이랜드 홈에버(현재 홈플러스테스코) 노조 근로자 121명이 "파업기간 발생한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등 9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당한 쟁의행위라도 쟁의 기간을 근로일수에서 제외한 뒤 연차 발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연차휴가 일수는 실제 출근율에 비례해 부여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파업기간이 출근일에서 제외돼 연차휴가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노조 활동을 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대리한 김용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장기간 파업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용자가 또다시 거액의 연차휴가 수당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랜드 노조는 노사협상과 비정규직법 등을 두고 사측과 마찰을 빚어 2007년 6월부터 파업을 벌였다. 파업이 이어지던 도중인 2008년 홈플러스테스코가 이랜드 홈에버(옛 까르푸)를 인수하는 등 진통을 겪은 뒤 2008년 11월 파업 종료를 선언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이 알리안츠에 노조원들의 파업기간 휴가수당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과 상반된 것으로 상급심의 판결이 주목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