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지정학적 문제 등 대내외 불안 요인에도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이틀 전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코스피 2000 시대를 한 달 남짓 구가한 이래 역사상 두 번째다.

현재의 상승세는 2007년과 비교하면 대내외 경제 환경도 좋지 않을 뿐더러 금융시장 위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전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은 것이다. 당시 코스피 2000은 주로 개인투자자와 간접투자를 담당한 기관의 순매수에 의해 중소형주가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지금의 코스피는 외국인의 순매수에 의해 국내 글로벌 대기업주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국내 글로벌 대기업의 펀더멘털을 확인한 외국인들이 시세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겨냥하면서 국내 글로벌 대기업 주식을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무려 48조원을 상회한다.

반면 국내 개인들의 주식투자 이탈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금융위기로 직접투자의 위험을 절감한 개인은 아예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있으며,적립식펀드에 무차별적으로 간접투자한 개인들도 최근 주가 반등으로 원금이 회복되자마자 대거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의 주식투자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개인이 5조7000억원,기관은 36조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국내 개인들의 주식시장 참여도가 떨어지면서 주가상승에 거래량이 동반되지 않는 특이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코스피 2000은 금융시장 안정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유동성 장세'가 아니다. 현재 일부 개인만 랩어카운트 및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을 뿐 대부분 개인들은 증시를 멀리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국내 주식투자에 대한 시세 차익과 환율 하락에 따른 추가적인 환차익이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에 의한 '외국인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장세'로 국내 주식시장의 외형은 커지고 있으나 점점 외국인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지면서 외적 변수들에 의해 시장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옵션 만기일에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나타난 장 막판의 대폭락 사건과 같은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만일 대외 불안 요인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로 반전되거나,국내 경제의 기초 여건이 악화될 경우 외국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국내 주가가 급락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체질을 강화하려면 내외국 자금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 바,내국인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첫째, 경기회복 심리 및 금융시장 안정을 지속적으로 확산시켜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의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경제정책의 초점을 부동산문제 가계부채 등 다양한 현안들에 두면서 시장의 불안요인을 잠재워야 한다.

둘째, 투자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금융회사의 신상품 개발 능력을 제고해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자금이 선순환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퇴직연금 자금이 자본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고령화 상품 등의 개발이 시급하다.

셋째, 자본시장법에 맞춰 계획된 국내 대형 투자은행이 주식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자본시장 개혁도 시급한 과제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이 경쟁력을 확보한 것처럼 국내 증권업계도 구조조정과 자본확충,인수 · 합병(M&A) 등을 통해 대형화하고 수익창출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크다.

박덕배 < 현대경제硏 전문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