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이밥에 고깃국' 3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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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주체경제' 확립 다시 강조 … 결국 북한경제 몰락 가속화할 뿐
이밥(흰 쌀밥)에 고깃국을 배불리 먹게 해주겠다는 것은 북한 김일성의 인민들에 대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반세기 넘게 그러한 '인민낙원'은 실현되지 못했고 유훈(遺訓)으로 남았다. 김정일 시대 북의 경제는 오히려 더 피폐해지면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기간 동안 최소 수십만명 이상의 주민이 굶어 죽은 참상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은이 다시 이 구호를 들고 나왔다. 최근 평양의 한 회의에서 "3년 내에 경제를 1960~70년대 수준으로 회복시켜 이밥에 고깃국 먹고 기와집에서 비단옷 입고 사는 생활수준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3대째 변함없는 그 타령이다.
그러면서 북은 요즘 부쩍 자력갱생과 자립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주체철'을 생산하는 함경북도 청진의 김책제철연합기업소를 본받아 경제의 '주체화(主體化)'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주체화는 우리 경제 절대불변의 진로"라고 썼다.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어 "강성대국을 여는 경제부흥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전략의 핵심은 '주체철''주체비료''주체섬유'의 결실에서 보듯 자기 자원과 기술로 자립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이 개혁과 개방요구를 거슬러 기존의 폐쇄적 경제구조로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주체'가 바로 망령이다. 주체라는 우상은 다름아닌 북한경제를 몰락으로 이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김일성 이래 북한 경제정책의 기본노선은 '주체경제'로 일컬어지는 자립적 민족경제였다. 북은 이를 '생산의 인적 · 물적 요소를 자체로 보장(조달)할 뿐 아니라 민족국가 내부에서 생산 · 소비적인 연계가 완결돼 독자적으로 재생산을 실현하는 체계'로 정의한다. 참으로 그럴 듯해 보이는 자급자족 경제의 환상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국제분업 질서에서 고립된 폐쇄경제,국제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취약한 경제체질과 국제시장에서의 비교우위 원칙이 무시된 퇴행적 산업구조의 고착인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하다.
'주체농법'만 해도 그렇다. 제한된 경지면적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김일성이 창안했다는 이 농법은 적지적작 적기적작(適地適作 適期適作)을 내세웠지만 실상 산을 개간해 논밭을 만들고,작물을 빽빽하게 심으면서 화학비료를 대량 투여하는 비과학적 영농이 모두였다. 산이 모두 헐벗으면서 홍수와 산사태가 빈발하고 논밭이 사막화되는 것은 필연이었다. 북이 기근에서 허우적대는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이다.
'주체섬유' 또한 북한 공업 퇴보의 상징이다. 이는 서울공대 학장을 지냈다가 6 · 25전쟁 때 월북한 이승기 박사가 미국 듀폰의 나일론에 이어 세계 두 번째 합성섬유로 개발한 비날론을 말한다. 북한 땅에 흔한 무연탄과 석회석을 원료로 쓸 수 있는 이 비날론에 김일성이 주체섬유라는 이름을 붙여 1961년 함흥에서 대량생산에 들어간다. 가볍고 질기며,빛과 화학약품에 강해 초기에는 혁명적인 섬유로 각광받았으나,에너지 소비가 많을 뿐 아니라 다양한 가공이 어려워 의복용 소재로 근본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성역(聖域)과도 같은 '주체'의 함정에 빠져 그보다 훨씬 뛰어난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등의 급속한 기술발전으로부터 스스로 뒤떨어졌다. 북한 공업 전반의 현주소가 그렇다.
김정일이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애국자들만 창조할 수 있는 기적"으로 칭찬했다는 '주체철'이니 '주체비료'니 하는 것들이 또 무슨 조화(造化)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신봉하는 '주체'가 망해가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탈출구가 아니라 점점 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길인 것은 분명하다. 북은 그렇게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서 인민들의 삶을 더욱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넣고 있다.
추창근 논설실장
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은이 다시 이 구호를 들고 나왔다. 최근 평양의 한 회의에서 "3년 내에 경제를 1960~70년대 수준으로 회복시켜 이밥에 고깃국 먹고 기와집에서 비단옷 입고 사는 생활수준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3대째 변함없는 그 타령이다.
그러면서 북은 요즘 부쩍 자력갱생과 자립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주체철'을 생산하는 함경북도 청진의 김책제철연합기업소를 본받아 경제의 '주체화(主體化)'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주체화는 우리 경제 절대불변의 진로"라고 썼다.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어 "강성대국을 여는 경제부흥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전략의 핵심은 '주체철''주체비료''주체섬유'의 결실에서 보듯 자기 자원과 기술로 자립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이 개혁과 개방요구를 거슬러 기존의 폐쇄적 경제구조로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주체'가 바로 망령이다. 주체라는 우상은 다름아닌 북한경제를 몰락으로 이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김일성 이래 북한 경제정책의 기본노선은 '주체경제'로 일컬어지는 자립적 민족경제였다. 북은 이를 '생산의 인적 · 물적 요소를 자체로 보장(조달)할 뿐 아니라 민족국가 내부에서 생산 · 소비적인 연계가 완결돼 독자적으로 재생산을 실현하는 체계'로 정의한다. 참으로 그럴 듯해 보이는 자급자족 경제의 환상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국제분업 질서에서 고립된 폐쇄경제,국제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취약한 경제체질과 국제시장에서의 비교우위 원칙이 무시된 퇴행적 산업구조의 고착인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하다.
'주체농법'만 해도 그렇다. 제한된 경지면적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김일성이 창안했다는 이 농법은 적지적작 적기적작(適地適作 適期適作)을 내세웠지만 실상 산을 개간해 논밭을 만들고,작물을 빽빽하게 심으면서 화학비료를 대량 투여하는 비과학적 영농이 모두였다. 산이 모두 헐벗으면서 홍수와 산사태가 빈발하고 논밭이 사막화되는 것은 필연이었다. 북이 기근에서 허우적대는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이다.
'주체섬유' 또한 북한 공업 퇴보의 상징이다. 이는 서울공대 학장을 지냈다가 6 · 25전쟁 때 월북한 이승기 박사가 미국 듀폰의 나일론에 이어 세계 두 번째 합성섬유로 개발한 비날론을 말한다. 북한 땅에 흔한 무연탄과 석회석을 원료로 쓸 수 있는 이 비날론에 김일성이 주체섬유라는 이름을 붙여 1961년 함흥에서 대량생산에 들어간다. 가볍고 질기며,빛과 화학약품에 강해 초기에는 혁명적인 섬유로 각광받았으나,에너지 소비가 많을 뿐 아니라 다양한 가공이 어려워 의복용 소재로 근본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성역(聖域)과도 같은 '주체'의 함정에 빠져 그보다 훨씬 뛰어난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등의 급속한 기술발전으로부터 스스로 뒤떨어졌다. 북한 공업 전반의 현주소가 그렇다.
김정일이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애국자들만 창조할 수 있는 기적"으로 칭찬했다는 '주체철'이니 '주체비료'니 하는 것들이 또 무슨 조화(造化)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신봉하는 '주체'가 망해가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탈출구가 아니라 점점 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길인 것은 분명하다. 북은 그렇게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서 인민들의 삶을 더욱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넣고 있다.
추창근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