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기도에서도 발생,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제 "경기 양주시와 연천군의 돼지농가에서 접수된 의심신고가 구제역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안동 돼지농가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제역이 보름여 만에 경북과는 멀리 떨어진 경기도 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방역망이 완전히 뚫렸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게다가 경기도 파주 및 연천 두 곳에서 어제 추가로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구제역이 경기도 내에 급속히 퍼지는 양상인데도 바이러스 전파 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에따라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망 구축에도 혼선이 불가피해 구제역의 전국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어제까지 15만마리가 넘는 가축이 살처분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일은 가축 16만마리를 살처분했던 2002년 구제역 사태를 넘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낳을 전망이다.

이런 결과는 당국의 초기대응 미숙과 허술한 방역망 관리 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안동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29일 구제역으로 판정됐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지난달 23일부터 의심신고가 잇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초동 대응에 실패한데다 구제역 위기경보도 경기도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어제서야 뒤늦게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조정했다. 또 안동을 다녀간 수의사가 신발을 갈아 신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등 곳곳에 허점 투성이었다.

방역이 이렇다 보니 2000년 2002년은 물론 올해도 1월, 4월에 이어 세 번째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방역체계로 축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다시 구제역 청정국 자격을 회복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국은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에야말로 근본적인 가축 전염병 관리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포함, 방역체계의 대대적인 혁신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