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바가 1인 창조기업인가요?" 중소제조업체에서 근무한다는 한 독자가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최근 보내왔다. 중소기업청은 이달 초 1인 창조기업 육성의 하나로 '2013년까지 참살이(웰빙) 일자리 3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래를 이끌 유망 웰빙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배경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 독자가 던진 질문처럼 중기청이 참살이 일자리 사례로 제시한 와인바,웨딩플래너,커피전문점 등의 명단과 선정 이유를 보면 1인 창조기업의 의미와 결부시키기 힘든 구석이 있다.

중기청은 성공적인 1인 창조기업의 사례로 꼽은 전북 지역의 K와인바에 대해 "이 지역 최초 와인전문점으로 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진 지역 와인전문가가 극소수라는 점에 착안해 창업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웨딩플래너 P씨에 대해서는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결혼 후 퇴사해 본인의 적성에 가장 적합하고 가능성 있는 일을 찾아 활동 중"이라고 소개했다. 중기청은 이들 일자리 어디에서 일반 중소기업보다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점을 봤을까.

정부가 자영업 지원을 강화한다는 데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 다만 기존 소상공인 지원책과 별도로 이들 일자리에 1인 창조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뒤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보증 우대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면 얘기가 다르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항변이다. "와인향기보다 공장 기름냄새가 더 좋아서 여기 있는 게 아니다"는 독자의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목표 달성을 위해 '머릿수 채우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한다. 정부는 2008년 말 향후 5년간 18만개의 1인 창조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고작 100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쳤다. 진도율이 1%에도 훨씬 못 미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중기청은 올 들어 모바일 창조기업 1만개 육성,유망 콘텐츠 기업 집중 육성,농 · 공 · 상 일자리 5000개 육성,녹색전문 중소기업 1000개 육성 등 갖가지 이름의 일자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기업군들이 꾸려지고 '우대','우선' 지원책들을 쏟아내다보니 보증 · 지원 창구 앞에 선 기존 중소제조업체들의 순위는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고경봉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