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10번 출구에서 나와 포스코 사거리 쪽으로 100m가량 가면 대로변에 오렌지색의 '오렌지 팩토리(ORANGE FACTORY)'란 간판이 선명한 컨테이너 박스 모양의 2층짜리 건물이 나온다. 지난 10월15일 문을 연 오렌지팩토리아울렛 테헤란로점이다.

교외에 있는 창고형 아울렛 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상용 오렌지팩토리 대표는 "내 · 외장 인테리어비만 15억원을 들여 창고형 분위기로 꾸몄다"며 "주말이면 외제차를 몰고와 한번에 5~6벌씩 사가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창고형 상설 할인매장인 오렌지팩토리아울렛이 서울 강남 도심과 주택가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2008년 말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 삼성점을 시작으로 최근 2년 새 서울에 낸 점포가 18곳이다. 강동 · 강서 · 금천 · 중계점 등 4곳은 대형마트 내 숍인숍 형태로 들어갔고,나머지 14곳은 가두점이다. 이 중 절반인 7곳은 강남 · 서초 · 송파 등 '강남 3구'에 있다.

팩토리 아울렛은 교외에 땅값이 싼 곳이나 의류공장 인근에 있는 게 보통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패션업체들의 재고를 헐값에 사들여 싸게 파는 '땡처리' 업체로 출발한 오렌지팩토리아울렛도 처음엔 경기도 용인 · 광주 · 수원 · 남양주시 외곽지역에 매장을 냈다. 전 대표는 2008년부터 사업 확장을 위해 서울 강남 등 도심 진출을 시도했다. 그는 "강남 분들은 값비싼 브랜드만 선호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알뜰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한다"며 "실제로 기존 교외점포 회원 중 상당수가 강남 분들로 소비자와 가까운 곳부터 점포를 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트래드클럽 등 부도 · 정리된 20여개 브랜드를 꾸준히 사들이고 상품 기획 · 생산시스템을 구비해 자체상품(PB)의 상품력을 강화한 것이 도심 진출의 원동력이 됐다. 전 대표는 "시즌마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PB 신상품을 싸게 내놓고 있다"며 "유명 브랜드들의 신상품 가격은 일반적으로 제조원가의 7~8배지만 오렌지팩토리는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상품 기획부터 생산,유통,판매,재고처리까지 모두 직접하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시스템과 무인 판매 등으로 비용을 절감해 가격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전 대표는 "테헤란로점은 지난달 4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개점한 강남 점포들도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직영 점포 수는 44개로 2008년 초에 비해 30여개 증가했고,회원 고객 수도 20만명에서 40만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150억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15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대표는 "내년에 강남역 자라 매장 맞은편에 짓는 신축 건물과 잠실 롯데월드 쇼핑몰에 대형 매장을 낸다"며 "향후 2년 안에 전국 직영점 수를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