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어선 줄…"5000원 치킨 없어져 아쉽네요"
"한 달 용돈이 5만원도 안 되는데 그동안 '감히' 1만8000원짜리 통닭을 사먹었겠어요. 5000원짜리 치킨이 나왔다는 소식에 얼마나 좋아했는데….결국 저쪽 서민(치킨 점주) 살리겠다고,나 같은 서민(일반 소비자)을 희생시킨 거 아닌가요?"

15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 영등포점.부천에 사는 김장복씨(71)가 정문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였다. 점포 개장시간은 오전 10시.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서 4시간 동안 '버틴' 대가는 '통큰치킨'이었다. 통큰치킨은 '퇴장'하는 마지막 날까지 인기였다. 영등포점에선 오전 10시 개점 때까지 330여명이 몰렸다.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서울역점에선 450여명이 통큰치킨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점포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영등포에 사는 박윤이씨(51)는 "저렴하고 품질 좋은 '서민용 상품'이 퇴출돼 아쉽다"고 말했다. 노인정 친구 10여명과 함께 매장을 방문한 한 할머니는 "소비자를 위해 싸게 팔겠다는데 왜 못 팔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한 소비자는 "이유야 어찌됐건 롯데마트가 '1년 내내 5000원에 팔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이날 점포 개장 전에 줄을 섰다가 치킨을 받지 못한 고객에 한해 번호표를 나눠줘 17일에 별도로 지급하기로 했다.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는 이날 "자체 조사 결과 '롯데 치킨'의 추정 원재료 값은 생닭 4180원을 포함해 5660원에 이른다"며 '통큰치킨'이 역마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협의회에는 치킨 판매업자 5만여명과 양계 농가 10만여명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협의회는 또 "프랜차이즈 치킨점의 치킨 한 마리 원가는 생닭 4300원에 튀김가루 기름 포장박스 무 콜라 임차료 배달비 등을 합쳐 1만2940원"이라며 "여기에 부가세 10%를 더하면 가맹점의 판매이익은 1500~2000원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 측은 이에 대해 "생닭 한마리의 구매 단가는 4000원 미만"이라며 "마진을 줄였을 뿐 역마진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