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가 급반등하고 있다. 외국 자금 유입으로 본격화한 채권 랠리가 이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내 경기가 내년에도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고,채권 공급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채권 금리가 뛰고 있다. 은행마저 예금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저금리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내년 82조원 국고채 발행 예고

15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13%포인트 오른 연 3.43%를 기록했다. 사상 최저치였던 지난 7일의 연 2.89%와 비교하면 5거래일 만에 0.54%포인트 치솟았다. 이 기간 5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각각 0.29%포인트와 0.27%포인트 뛰었다.

채권 금리가 오른 것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개선되면 설비투자가 늘고 자금 수요가 증가한다. 이는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 경제가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정부는 이보다 높은 5%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물론 올해 6%보다는 낮지만 지난해 성장률이 낮았던 데서 오는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내년에도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게 한은과 정부의 공통된 설명이다.

단기간 꼬였던 수급도 최근 풀리는 양상이다. 12월 중 국고채 발행 규모는 2조5000억원어치에 불과했지만 내년 1월에는 7조원 이상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 82조원의 국고채 발행을 예고한 데다 상반기에 좀 더 많은 물량을 내놓기로 했다.

그간 한국 국채를 쓸어담기에 바빴던 외국인도 매도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14일까지 3조원어치의 국내 채권을 처분했다. 외국인은 정부가 채권 투자 과세를 부활시킨 데다 내년 은행세(bank levy) 부과를 예고한 만큼 차익 실현에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운용부 차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채권 금리가 반등세로 돌아섰다"며 "역사적인 저금리는 끝났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금리 상승세 내년에도 지속될 듯

우리은행은 이날 대표 예금상품 중 하나인 1년 만기 '키위정기예금' 금리를 연 3.65%에서 3.75%로 인상했다. 2년 만기와 3년 만기도 각각 연 3.75%에서 3.85%로 높였다.

국민은행은 13일 1년 만기 '슈퍼정기예금' 금리를 연 3.5%에서 3.6%로 0.1%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 역시 1년 만기 '신한월복리정기예금' 최고 금리를 지난 10일 연 3.7%에서 3.75%로 인상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시장 금리 상승세를 반영해 예금금리를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금리 상승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은은 내년에 물가가 걱정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4.5%의 성장률에 3.5%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쳐지는 마당에 연 2.5% 기준금리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여기에다 "중국의 물가 상승이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점검해야 한다"며 '차이나플레이션'을 경고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와 국내외 증권사들은 한은이 내년에 0.5~1%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나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4%대 중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