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인 보고펀드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35~40%를 인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펀드는 정부가 예비입찰을 진행할 경우 참여할 계획이어서 무산위기에 처한 우리금융 매각작업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주도하는 2개 컨소시엄이 예비입찰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 보고펀드 외에 우리금융 지분 28.5% 이상을 인수하러 나설 투자가가 또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는 우리금융 매각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할지,민영화 방식 또는 입찰 조건을 재검토할지를 조만간 판단할 예정이다.

◆보고펀드 "예비입찰 참여"

보고펀드 고위 관계자는 15일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참가한다면 당연히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지분 35~40%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금융 지분 4~9% 정도를 인수하겠다고 투자 유치를 요청하면 어느 투자자가 응하겠느냐"며 "경영권을 인수해 우리금융의 경영을 개선한 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펀드는 정부가 예정대로 예비입찰을 진행하면 참가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고펀드는 이미 '경영권을 인수해 몇 년 후에 누구에게,어떻게 매각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놓고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와 해외 투자가들을 잘 설득하면 4조원가량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계 일부에서는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입찰포기를 갑자기 선언한 것은 보고펀드의 움직임을 감지한 때문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할 수 없는 우리금융 컨소시엄으로선 입찰에 참여했다가 유효경쟁만 성립시켜놓고 보고펀드가 낙찰받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보고펀드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투자자들과 논의하고 있는 단계여서 펀딩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의 매각 일정 등을 봐가면서 가능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유효경쟁 성립될까

우리금융 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제출한 곳은 11곳이다. 이 중 우리금융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2곳은 입찰불참을 선언했다. 유리자산운용과 영국 아비바그룹도 사실상 우리금융이 끌어들인 곳이다. 나머지 7곳 중 어피니티 등은 입찰불참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보고펀드 외에 칼라일 MBK 인베스투스 메트라이프 맥쿼리 등 5곳 중에서 경영권 인수(28.5% 이상 지분 인수) 의사를 내비쳐야 유효경쟁입찰이 성립된다.

금융계에서는 보고펀드 외에는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맥쿼리는 경영권 인수보다는 다른 컨소시엄에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그런 만큼 보고펀드의 우리금융 경영권 인수의사에도 불구하고 유효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머지 투자자들이 단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입장은

정부는 15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를 열고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17일 오후 공자위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공자위 관계자는 "매각소위에서 예금보험공사가 LOI 제출 기관들의 예비입찰 참여 의향 등에 대해 보고했다"며 "보고펀드가 경영권 인수 의향이 있다는 것도 이날 모두 공유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비입찰도 중요하지만 본입찰도 중요하다"며 "보고펀드 하나만 남으면 유효경쟁이 성립한다고 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고민을 내비쳤다.

정재형/이상은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