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캐피털업계의 고금리를 비판한 지 5개월여 만에 캐피털 업계 대표와 만나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달라고 다시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캐피털 업계의 금리인하 노력을 염두에 둔듯 캐피털 업계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정태영 현대카드 · 현대캐피탈 사장과 고금리 실태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업계 대표로 이 자리에 참석한 정 사장은 이 대통령에게 "적정 수준으로 (금리 인하를)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이미 현대캐피탈은 금리를 내렸고,신용대출 상품 비교공시도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하고 있다"며 자구 노력 과정을 소개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의 '캐피털사의 고금리 비판' 발언 이후 8월 최고금리를 5%포인트 내리고 취급수수료를 없앴으며 내년부터 5%포인트를 다시 인하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하나캐피탈도 최고 금리를 7.9%포인트 내렸다. 롯데캐피탈은 10%포인트,한국씨티그룹캐피탈은 5%포인트를 내렸고,우리파이낸셜(4.0%포인트),아주캐피탈(5.0%포인트),IBK캐피탈(2.1%포인트),NH캐피탈(4.0%포인트) 등도 잇따라 금리를 인하했다.

정 사장은 그러나 "금리를 더 내리고 싶은 데 조달금리도 비싸고 금융회사로서 계속 성장하려면 적정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원가만 고려해도 금리가 연 30%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하지만 비용을 절감해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해외에 나가서 함부로 투자해 나중에 손해보는 것보다 국내에서 금리를 낮추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나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이 대통령은 "나도 옛날에 일수를 빌려봤다"며 경험담도 털어놨다. "일수쟁이가 찾아올 때마다 참 밉기도 했는 데 한편 고맙기도 했다. 그 사람 아니었으면 어떻게 내가 그때 사업을 했겠느냐"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방글라데시에서 시작된 마이크로크레디트는 현재 시장금리보다 높게 서민에게 지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은행 금리보다 낮은 연 4.5%로 미소금융을 지원하고 있어 방글라데시보다 더 나은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처럼 서민금융상품을 잘 정착시켜 세계에도 알리고 마이크로크레디트의 롤모델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