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과 함께 증시 주변자금이 급증하고 있다. 상승장에서 '팔자'로 일관해 재미를 보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이 '패자부활전'을 노리고 증시 주변을 맴돌며 저가매수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 연평도 포격,중국 긴축 등 갖은 악재에도 지수가 좀체 밀리지 않자 개인들은 현금을 쥐고도 선뜻 주식을 사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형주 위주 장세가 지속되면서 중소형주를 선호하는 개인 소외현상도 한층 심해지고 있다.

◆매도 · 환매자금 증시 주변 맴돌아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42조4895억원이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지난 13일 44조1575억원으로 1조6680억원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4일엔 43조2084억원으로 다시 줄었지만 계좌 수는 1132만7585개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고객예탁금은 넉달 연속 증가하며 15조원대로 불어났다. 개인용 머니마켓펀드(MMF) 잔액도 22조9500억원에 달한다. 당장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개인자금이 8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개인들이 올 들어 주식을 대거 내다팔고 원금을 회복한 주식형펀드를 환매했지만 여전히 증시를 떠나지 못하고 단기 부동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은 올 들어 주가가 오르는 동안 모두 5조2835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달 이후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상승하는 와중에도 개인은 1조6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주식형펀드에서 빠진 자금만도 올 들어 16조원에 달한다. 개인의 최대 보유종목이 '현금'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윤상설 미래에셋증권 아시아선수촌지점장은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은 다른 펀드나 랩어카운트 또는 직접 투자로 갈아타기 위해 자금을 그냥 두는 경우가 많다"며 "주식계좌에 돈을 넣어두고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는 고객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신동철 금융투자협회 증권시장팀장은 "CMA 금리가 은행예금보다 낮은 데도 자금 계속 들어오는 것을 보면 주식매수용 자금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CMA 자금이 줄면 예탁금이 늘어난다는 점도 주식 대기자금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매수시점 포착 못하고 대기

개인들은 저가매수 기회를 노리고 증시 주변을 배회하고 있지만 좀체 매수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도 철저히 소외돼 체감하는 증시 온도는 싸늘할 수밖에 없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은 증시가 워낙 빠르게 올라 참여 기회가 많지 않았던 데다 대형주 위주 장세에서 여전히 중소형주 매매에 치중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기준으로 올 들어 50% 안팎의 높은 수익을 올린 반면 개인이 주로 산 종목들은 -1.85%로 오히려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개별 종목 주가도 크게 올라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 2000선 위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 신한지주 현대중공업 등 대형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과 달리,개인은 여전히 삼성SDI 삼성물산 대한항공 등 '옐로칩'에 매수세를 집중하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은 2000선 돌파 이후 주가가 급락했던 과거 경험 탓에 적극적으로 대형주 비중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지연/김다운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