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규모의 완제의약품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거쳐 2015년부터 공급하게 될 면역글로불린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 SN)'과 제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A치료제 '그린진에프(Greengene F)'는 이미 남미와 아시아지역에서 검증받은 히트의약품이다.

녹십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제약사로 변신할 모멘텀을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는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남미 중동 아시아 등지로 판로를 넓혀왔지만 그동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올해 3분기까지 올린 매출액 6394억원 중 수출액은 571억원으로,수출비중은 8.94%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 의료 도매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메리소스버진의 자회사 ASD헬스케어를 유통 파트너로 잡으면서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녹십자의 미국 수출실적은 전무했다.

뿐만 아니라 내년 계획 중인 2개 의약품의 미국내 임상3상은 물론 향후 FDA 승인획득 과정에서 ASD헬스케어의 지원사격을 받게 된 것도 소득으로 꼽힌다.

녹십자는 2014년까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과 그린진에프의 FDA 승인을 획득한다는 목표 아래 2011년 미국 내 임상3상을 실시할 계획이며,의약품 공급은 2015년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김영호 해외사업본부장은 "올초부터 ASD헬스케어의 의뢰를 받은 미국의 컨설팅 직원들이 2개 의약품의 FDA 승인 가능성 등에 대해 강도높은 사전조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녹십자 제품의 FDA 승인 및 시장성에 대해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아이비글로불린은 녹십자가 1982년부터 국내는 물론 남미 등 해외시장에 공급해 왔으며 자가면역질환,중증감염증, 골수이식 등의 면역 및 감염과 관련된 질환에 폭넓게 처방되는 주사제다. 지난 10월 출시된 그린진에프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A치료제로 개발 당시부터 녹십자가 세계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전략제품으로 꼽힌다.

아직 FDA 승인을 남겨두고 있지만 녹십자의 미국시장 진출은 국내 제약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화는 현재 침체돼 있는 국내 제약업체들의 과제"라며 ""특히 제약 인 · 허가 기준이 까다로운 미국에서 현지 유통사와 파트너 관계를 통해 시장진입 문턱을 낮추는 녹십자의 전략은 앞으로 많은 회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