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은행부과금(은행세) 도입은 예고된 수순에 따른 것이다. 지난 11월1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서울 선언에서 '신흥국의 외화 유출입 통제를 허용한다'고 발표한 이후 정부는 은행부과금 도입 등 외환시장 추가 규제책 마련에 속도를 내왔다.

1단계가 이달 8일 국회를 통과한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 조치다. 외국인이 국고채 등에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세(세율 14%)와 양도소득세(20%) 원천징수를 면제해오던 것을 원래대로 되돌려 내년 1월1일 이후 발생한 이익부터는 과세하기로 한 것.

정부는 2단계로 은행부과금 도입과 선물환 포지션(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 한도 축소 등에 대한 구체안을 확정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부과금 언제 어떻게 도입하나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2011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은행부과금을 포함한 외환 부문 거시 건전성 확보 대책에 대해 "국내외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가며 필요시 추가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혀 이미 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은행부과금 대상은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비예금성 부채 가운데 외화사채와 외화차입금,파생상품 부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 변동폭을 키우는 단기채 외에 중장기채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부과금 수준은 우리보다 먼저 은행세를 도입하기로 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사례와 도입시 금융회사들에 미치는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자산 500억달러 이상 대형 금융사에 은행세를 매기기로 한 미국은 비예금성 부채의 0.15%를 부과하기로 했다. 부과 시점은 내년 상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마련,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는 대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부과금이 도입되면 은행들의 외화 차입은 상당폭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이 외화 차입을 통해 얻는 수익이 0.1% 정도밖에 안 되는데 비슷한 수준의 분담금이 부과되면 외화 차입 수요가 크게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과금 도입시 은행을 통해 선물환을 팔아 환헤지(환율변동 위험 회피)하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비용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

자본 유동성 규제 방안으로 10월부터 시행한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한도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선물환 거래가 환율 변동폭을 키우는 주 요인이라는 판단에 따라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국내 은행은 자기자본의 50%,외은 지점은 250%로 제한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외은 지점의 포지션 한도를 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6월 개정된 외국환거래 규정에 따르면 외은 지점에 대해 분기별로 한도를 5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만큼 내년 1월부터 125%까지 낮출 수 있다. 정부는 다만 한꺼번에 축소하는 데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충격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낮출 방침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