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공개한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 외에 또 다른 곳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한반도의 핵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와 관련,"최근 북한이 미국 대표단에 공개한 것(우라늄 농축시설)이 난데없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이는 최소한 다른 한 곳에서 (우라늄 농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3~4곳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한 질문에 정보사항이라면서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이같이 답했다.

이와 관련,정보 당국자도 15일 "우라늄 농축시설은 플루토늄 핵시설과 달리 규모가 작아 탐지하는 데 어렵지만 북한 전역에 흩어진 복수의 핵시설에 대해 의심을 갖고 관측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방북해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온 지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소장은 영변 시설과는 별개로 비밀시설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헤커 박사의 추정에 상당한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제3차 핵실험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이 과거 핵실험을 단행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추정할 만한 움직임이 정보당국에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풍계리 일대에 차량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고,갱도굴착 등에서 나오는 토사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14일 인터넷판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미국은 북한이 이란보다 상당히 발달한 핵기술을 가진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게리 새모어 미 백악관 핵 비확산 담당 보좌관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공개 이후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여러 장애물에 막힌 이란 핵프로그램보다 더 효율적이고,더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