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 '비우량' 코스닥 기업들의 주식을 사 모으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들의 자본력이 높아지면서 자기자본투자(PI) 업무가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들이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거나 수년간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곳에 투자, 시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9일 코스닥 업체인 엔알디가 사모 형태로 발행한 7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약 165만주(지분 7.04%)를 20억원에 사들였다.

이 사채의 만기는 2013년 12월이다. 그러나 사채(bonds)에 붙어있는 신주인수권(warrants)은 내년 12월부터 주식으로 바꿔 장내에서 매도할 수 있다. BW는 만기 때까지 채권을 보유해 확정이자(만기이자+표면이자)를 받거나 그 이전에 신주를 받아 처분할 수 있는 사채다.

BW는 투자자들에게 채권매입에 따른 만기이자 이 외에 신주를 발행해 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일종의 옵션)을 덤으로 주고 있다. 이는 회사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매수자에게 이자를 덜 주려고 워런트란 매력적인 카드를 붙여주는 것이다.

엔알디가 발행한 BW는 그러나 만기이자가 10%, 표면이자가 4%로 이자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일반적인 BW 발행 의도와 동떨어진 이자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나대투증권 PI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BW 이자는 발행업체의 신용도와 연동되는 경향이 짙다"며 "회사의 신용도가 좋으면 BW 이자는 1~3%대로 책정되지만, 신용도가 좋지 않은 곳의 이자는 7~8% 이상 넘는 곳이 상당수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엔알디의 경우 재무상태가 좋지 못해 신용도가 높지 않은 곳이었고, 10%를 웃도는 이자 이외에 자회사 보유지분 등을 담보로 잡아놔서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대상"이라고 진단했다.

엔알디 관계자도 "2009년도에 발행했던 BW 중 11%의 이자를 준 것도 있다"며 "하나대투증권과 확정이자 등에 관해 협의한 뒤 책정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BW의 경우 옵션(주식)이 붙어 있기 때문에 기존 회사채나 담보대출에 비해 이자가 낮게 매겨진다는 것. 이런 높은 이자의 BW는 당장 돈이 필요한 상장사와 높은 수익률을 노린 증권사간 타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몰캡담당 애널리스트는 "BW 이자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의 재무상태가 우량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풍부한 유동성으로 돈이 많은 장세이지만, 옥석을 가려 투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엔알디는 재무상황이 좋지 못하다. 3분기말 기준 사내 유보 중인 현금성자산은 3억원에 불과하고, 단기에 처분할 수 있는 당좌자산을 모두 합해도 약 100억원 정도다.

영업실적의 경우에도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영업적자를 세 번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알디의 영업손실은 2009년과 2008년에 각각 24억원과 7억원, 순손실은 78억원과 165억원으로 부진했다. 다만 올해는 3분기 누적으로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168억원, 7억원, 8억원 가량 이익을 내고 있다.

이에 앞서 우리투자증권은 이달초 자본잠식 상태인 코스닥사 디브이에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 이상을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디브이에스는 수년째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곳으로, 2005년 이후 5년째 결손이 발생하며 기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여부도 불확실한 곳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시에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 유증 청약경쟁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와 의도하지 않게 대주주가 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는 기준주가대비 최대 30%까지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받을 수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투자리스크를 배제하고 높은 수익률만 노려 비우량 기업들을 골라 투자하는 것은 시장 상황을 너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