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가 마침내 법제화돼 내년 말이면 효력이 발생한다. 국립대학의 법인화 논의는 10년도 넘게 계속돼 온 사안이다. 서울대에서는 2008년 9월 법인화위원회를 발족하고 공청회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면서 법인화를 본격 추진했다. 2009년 12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됐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계류돼 장기간 표류하고 있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해 무효라는 이의제기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논의과정과 학내외의 의견수렴 절차를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지며 급변하는 교육내외적 환경을 볼 때 오히려 너무 지체된 것이다. 이제는 그동안 도출된 법인화의 장점은 잘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데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문제점으로 제기된 내용 중 주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교직원의 신분이 국가공무원에서 법인의 고용인으로 변하기 때문에 신분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공무원법의 적용으로 인한 교직원 채용 및 인력관리시 여러 제약요소가 법인화로 인해 제거된 것은 큰 혜택이다. 둘째, 국가의 재정지원이 줄게 될 것이므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인해 대학 등록금이 3배로 인상됐고 그에 따른 폭력적 항의시위가 잇따랐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도 주정부의 보조금 축소로 인해 등록금을 지난해 32%, 그리고 올해 다시 8%를 인상하기로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즉 국립대학이든 국립법인화 대학이든 정부의 재정지원에만 전폭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면 긴축재정 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법인화를 통해 재정적 자립능력을 키우는 게 도움이 된다.

법인화의 주된 장점은 자율화,효율화,그리고 경쟁력 강화이다. 정부조직 일부로서의 국립대학은 의사결정과 재정운용상의 한계와 경직성을 피할 수 없다.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으로 구성되는 법인국립대학의 이사회는 의사결정에 있어 훨씬 큰 자율성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근래 있었던 KAIST 총장 선출의 예에서 보듯이 교과부를 의식하지 않고 서남표 총장을 재선임할 수 있었던 것도 이사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사회나 총장의 독선 위험에 대해서는 제도적 견제장치 및 감독, 그리고 운영의 묘를 살려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항목별로 규정돼 있던 정부의 예산지원방식이 총액 방식으로 바뀜에 따라 재정운용상의 자율성도 크게 확대된다. 이를 통해 자원의 효율적 사용 및 예산 절감, 그리고 수익성 사업을 통한 재정 확충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또한 국고회계와 기성회비 등 비국고회계로 분리관리됨에 따른 회계상의 비효율성과 불투명성이 해결되고 종합재무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각종 의사결정이 좀더 합리적이 될 수 있다.

법인화의 장 · 단점에 대한 논의는 궁극적으로 국립대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귀결된다. 지속가능성은 원래 늪지대나 숲과 같은 생태시스템이 환경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다양성과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앨빈 토플러가 지적한 것처럼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에 비해 학교 시스템은 10마일로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 자율성 제고를 통해 대학교도 하나의 조직으로서 격변하는 내외적 환경과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전향적으로 기민하고 융통성 있게 대응해야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국립법인대학인 유니스트(울산과기대)가 법인화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임진혁 < 울산과기대 교수·경영정보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