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수준이 높은 기업,외형이 작은 기업일수록 투자유치에 따른 경쟁력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기술 수준이 낮거나 덩치가 큰 기업들은 뚜렷한 목적 없이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을 경우 오히려 경쟁력이 둔화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벤처캐피탈협회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벤처캐피탈 투자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 기업(10명 이하)이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은 이후 5년간 생산성 증가율은 28.7%에 달했다. 반면 소기업(11~50명 이하),중기업(51~300명 이하),중견기업(301~1000명 이하) 등은 생산성 개선 효과가 4%에도 못 미쳤으며 중기업은 오히려 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받지 않은 기업들과 비교해도 마이크로 기업의 생산성은 50% 이상 개선됐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생산성 증가율이 5~10% 안팎에 그쳤다. 이 연구는 벤처캐피털 투자기업 1330개,비투자기업 1만5000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기술 수준별로 비교해 봤을 때는 기술 수준 상급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2.1%로 가장 높았고 중상급,중하급,하급 기업들은 2% 이하였다.

결국 벤처캐피털이 기업에 투자해 성과를 거두려면 기업 규모가 작고 기술 수준이 높은,이른바 강소기업을 찾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벤처캐피털들은 2000년대 초 벤처 붐 붕괴 이후 규모가 작은 초기 기업은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기술 수준이 높은 회사는 투자 배수가 높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투자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벤처캐피털의 3년 이하 초기 기업 투자 비중(금액 기준)은 30.8%로 7년 초과 기업(42.2%)보다 낮았다. 미국은 초기 기업 투자가 33%로 7년 초과 기업(29.8%)보다 높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