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들이 개인투자자로부터 펀드 투자금을 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자를 편법으로 가로채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고객에게 돌아가야 할 이자를 매년 수십억원씩 은행들이 챙긴 것이어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성남 의원(민주당)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15개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6월 말까지 은행들이 고객의 펀드 투자금을 지정 수탁은행에 송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로 총 88억원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펀드는 투자자가 펀드 투자금을 은행에 맡기면 이 돈이 펀드로 들어가기까지 하루 또는 이틀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한국증권금융이나 은행 신탁계정에 이 돈을 일시 예치,연 2%대 이자를 받아 펀드에 넣어준다. 증권사들도 고객으로부터 펀드 투자금을 받으면 동일한 절차를 거쳐 자금을 이체한다.

문제는 상당수 은행이 고객 돈을 이자가 연 0.1%대에 불과한 보통예금에 넣고,대신 은행 자체자금(고유재산)을 증권금융 등에 예탁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챙긴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67억원,올해 상반기 21억원이 은행 수익으로 잡혔다.

지난해 2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펀드 투자금 등 투자자 예탁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해 별도 계좌에 예치 또는 신탁하도록 돼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자본시장법 이전에는 예탁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며 "고객이 맡긴 펀드 자금을 1~2일간 운용한 이자를 은행 수익으로 처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일부 은행들은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민 · 신한 · 하나은행은 현재 펀드 투자금을 별도로 예치,여기서 생긴 이자를 고객에게 지급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질의 결과 예탁금의 실제 주체인 고객에게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는 답변을 받아 별도 계좌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은행들은 여전히 고유재산과 분리하지 않고 고객의 펀드 예탁금 이자를 수입으로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B증권 관계자는 "개인별로 돌아가는 이자가 워낙 적다 보니 고객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원칙대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