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지역구도 타파 … 내 선거구는 '손 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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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을 제안한 이유는 현행 선거제도로는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현행 소선구제로는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호남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배출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한 참모는 "비생산적 정치에는 이러한 선거구제도가 한몫하고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중 · 대선거구제 △중 · 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지역별로 비례대표를 뽑는 제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이 거론된다. 소속 정당의 취약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가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해도 비례대표로 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석패율 제도도 검토 대상이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은 지역별,성향별로 천차만별이다. 현행 소선거구제와 중 · 대선거구제에 대한 의원들의 선호는 팽팽하다. 소선거구제의 유지를 주장하는 정치인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상수 대표,그리고 영남권 지역구 의원 등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현행 5년 단임의 대통령책임제하에서는 소선거구제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야당 대표시절인 2005년 7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했던 중 · 대선거구제 개편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영남권 의원들도 소선거구제를 선호한다. 중 · 대선거구제가 되면 영남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호남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에서다. 중 · 대선거구제 도입으로 선거구가 통합되면 집안싸움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중 · 대선거구제에 대해 민주당과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수도권 초 · 재선 의원들도 중 · 대선거구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음 총선에선 당선을 자신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의 생각이 제각각이어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매번 선거에 임박해 선거법을 논의하다 보니 단기적인 이해 관계에 따라 제대로 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며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국가 장래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치개혁은 여야간 지나치게 정치적 이해득실에 좌우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초당파 차원에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영식/구동회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