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이 2011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합격자 등록을 마감한 결과,대학별로 수백명에 이르는 합격생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로 늘어난 이번 수시에서 여러 대학에 지원해 복수 합격한 수험생들이 최종 한 곳을 선택하면서 대규모 미등록 사태가 발생했다.

정시 지원자들은 미등록 인원만큼 모집 인원이 늘어나 좋지만 입학사정관이 그만큼 헛수고를 했고 다른 수시 지원자가 탈락한 셈이어서 수시모집의 효율성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각 대학은 17일부터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서울대 미등록자 절반은 공대 합격생

16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의 올해 수시 합격자 1884명 중 153명이 최종 등록을 포기했다. 등록포기자 중 대부분은 공과대학 등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나왔다. 공과대학 합격생 중 이탈 학생은 총 64명으로 전체 등록포기자의 42%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의 · 치대로 빠져나갔다는 것이 입시업계의 관측이다. 공대 내 세부 전공별로는 전기공학부 · 컴퓨터공학부군이 2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공학계열 13명,재료공학부 12명,기계항공공학부 10명 등의 순이었다. 이에 따라 공과대학 정시모집 인원은 당초 200명에서 264명으로 늘어난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20명) 및 농업생명과학대학(농경제사회학부 제외 · 21명) 생활과학대학(의류 · 식품영양학과군 · 10명) 등 공대 외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도 상당수 합격생이 등록을 포기했다. 반면 자연계열 인기학과인 의예과는 이탈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인문계열에서 경영대학 및 자유전공학부 등도 등록 포기자가 한 명도 없었다.

◆고려대 합격자 10명 중 3명 등록포기

고려대(안암캠퍼스)는 수시 합격자 등록 마감 결과 합격생 2586명 중 721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합격자 10명 중 3명이 등록을 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수시 미등록자보다 200여명 더 늘어난 수치다. 공과대학에서는 199명이 수시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하지 않아 정시모집으로 이월해 선발한다. 고려대는 당초 정시모집 인원 1186명에서 721명 늘어난 1907명을 정시에서 추가로 뽑는다.

연세대(서울캠퍼스)는 2745명이 합격했지만 686명이 등록을 포기해 이 인원만큼 늘어난 1390명을 정시모집으로 선발한다. 한양대(서울캠퍼스)도 640명을 늘린 1623명을 정시모집에서 선발한다. 숙명여대는 수시모집 인원 1424명 중 367명이 등록을 포기,이 인원만큼 정시에서 늘려 뽑는다. 중앙대와 서강대는 각각 377명과 189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수시등록 포기가 사상 최대로 늘어나자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수시에서 모두 떨어졌다는 수험생 김모군은 "입학사정관들이 학생을 공들여 뽑았으나 결과적으로 헛수고만 했다"고 비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