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생한 화재로 범어사 경내의 오래된 목조건물인 천왕문(天王門)이 소실됐지만, 승려들이 초동 대처를 잘해 더 큰 피해를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난 천왕문은 문화재는 아니지만, 조선 숙종 때 지어진 건축물로 300년 넘게 범어사를 지켜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범어사 주지 정여 스님은 16일 "불이 나자 10분만에 범어사 승려로 구성된 소방대가 출동해 지난해 구축한 방재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속에서 승려들은 강풍과 맞서며 소방호스를 재빨리 연결해 불이 인근 건물로 옮겨 붙는 것을 막는 데 주력했다.

천왕문 10여m 앞뒤에는 보물 제1461호인 일주문(一柱門)과 불이문(不二門)이 있고 바로 옆에는 승려 숙소가 있어 자칫 불길이 번지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범어사 자체 수조에 물이 다 떨어져 갈 무렵 때마침 소방차가 도착했고, 다른 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을 부수는 방법으로 화재를 완전히 진화했다.

천왕문 주변에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도 컸지만, 몇 달 전 범어사가 화재 확산을 막으려고 가지치기를 해 둔 것도 주효했다.

애초 천왕문에 있던 4대 천왕상도 보수를 위해 경내 성보박물관에 옮겨놓고 모사본을 설치해 둔 덕에 중요 문화재의 소실도 막을 수 있었다.

정여 스님은 "범어사는 시민 모두의 사찰인데 이렇게 화재가 나 죄송하다"며 "재발 방지 노력은 물론 최대한 빨리 천왕문을 복원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p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