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시대에 선포된 대통령 긴급조치 1호는 위헌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위헌인 긴급조치로 처벌받은 사람이 재심(이미 확정판결이 난 사안을 다시 재판)을 청구해 받아들여질 경우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여서 긴급조치 1호 위반자들의 재심청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16일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1974년 유신헌법을 비난하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북한을 찬양 · 고무 · 동조한 혐의(대통령긴급조치 및 반공법 위반)로 다음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 3년을 복역한 오종상씨(69) 재심사건에서 "모든 혐의가 무죄"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제1호는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으므로 유신헌법이나 현행 헌법상 위헌"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신헌법에 근거한 긴급조치는 국회를 거친 '법률'이 아니라 대법원이 위헌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며 긴급조치 제1호가 합헌이라는 전제로 판결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위헌 · 무효인 긴급조치가 적용된 혐의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