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친환경'은 위험한 생각…대중화는 먼 미래"
"전기자동차가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줄이는 대안이라고 얘기하지만,화력 발전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

2011년 한국자동차공학회 신임 회장을 맡게 된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55 · 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전기차=친환경차'라는 고정관념이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 구동에 필요한 전기를 만들 때 발생하는 ??를 감안하면 전기차는 연비가 좋은 경유차보다 반(反)환경적인 교통수단일 수 있다"며 "원자력 발전을 활용한다 해도 원료인 우라늄 수급이 쉽지 않고 발전소 건설을 위한 예산도 수조원 수준에 달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방안과 관련,"계란(예산)을 한 바구니(전기차)에 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가 전기차에 대당 2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동안 그린카 시장은 여러 기술이 경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기차,하이브리드카,연비가 좋은 내연기관차에 고루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기차가 언제쯤 대중화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먼 미래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올해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전기차 블루온은 1000만원짜리 소형차 i10을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가격이 5000만원에 달한다"며 "값이 획기적으로 싸지지 않으면 공공기관의 전시용 차량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나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외부 변수가 생길 때마다 기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글로벌 경기침체 때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차종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바람에 환경 오염의 주범인 중 · 대형차만 늘어났다"며 "유럽처럼 연비와 ?? 배출량을 따진 뒤 친환경차에 보조금을 몰아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 · 미 FTA 협상에서 미국산 차량의 환경기준을 완화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환경 규제에 대해 집단 반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대자동차 엔지니어 출신.이현순 현대차 부회장과 함께 실무자로 일하면서 현대차의 첫 독자 엔진인 알파 엔진을 개발했다. 박 교수는 옛 직장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가 일본 미쓰비시에 모델당 2000억~3000억원씩의 로열티를 주던 1980년대에 고(故) 정주영 회장의 지원으로 경북 마북리연구소에서 자유롭게 기술 시험을 했다"며 "울산공장 엔지니어들이 '이 차가 움직이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며 무시했던 마북리연구소의 실험작들이 지금의 현대차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대차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을 해외 시장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당장 가격을 내리기 힘들다면 옵션을 라디오까지 선택 사양으로 분류한 미국 시장처럼 세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불필요한 옵션을 빼면 차의 가격이 내려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글=송형석/사진=김병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