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의 토종 캐주얼 브랜드 빈폴이 올 연간 매출(판매가 기준) 5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패션시장에서 단일 브랜드의 연간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골드윈코리아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국내에 도입한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도 이달 안에 연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빈폴과 노스페이스가 이 같은 성과를 올린 것은 끊임없는 제품 라인 확장과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초대형 매장) 설치 등 한발 앞선 마케팅 전략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매출 5000억원 첫 돌파한 '빈폴'

제일모직은 지난 12일 기준으로 올 매출 5050억원을 기록,연 매출 5000억원 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 증가율이 16%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1989년 미국 브랜드 '폴로'를 벤치마킹해 국내에 선보인 지 21년 만에 이룬 결과물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전 세계에서 폴로를 제친 유일한 토종 브랜드'로 우뚝선 것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이서현 부사장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부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제품 품평회 등에 일일이 참가하며 세부 사항까지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빈폴은 당시 패션 브랜드 매출 한계치로 여겨졌던 2000억원 돌파를 모색 중이었다. 빈폴 영역을 맨즈,레이디스,골프,진,키즈,액세서리 등 6개 서브라인으로 확장시켜 외형을 키우도록 주문한 것은 이 부사장이었다. 빈폴 매출은 2005년 3190억원을 기록,3000억원의 벽을 처음으로 깼다.

마케팅 차별화 전략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2006년 국내 처음으로 기네스펠트로 석호필 등 해외 유명 배우를 모델로 기용,고급 이미지를 구축했다. 빈폴은 여세를 몰아 내년 매출 목표를 5760억원으로 잡았다.

◆최단 기간 5000억 달성 '노스페이스'

골드윈코리아도 노스페이스의 올해 매출이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997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연평균 30% 내외의 성장을 계속하며 2003년 이후 국내 아웃도어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3조원 규모로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등산뿐만 아니라 각종 레포츠와 일상 생활복으로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접근해 어린이부터 노인층까지 시장 영역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2003년 830억원이던 연 매출은 2006년 2500억원,2007년 3300억원,지난해 4500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매출이 4000억원대에 달하자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나왔으나 공효진 하정우 등을 모델로 내세워 기능성과 패션을 동시에 갖춘 의류로 인식되면서 성장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이는 13년이라는 국내 최단 기간의 매출 5000억원 달성이다.

이들 브랜드는 올해 연 매출 3000억원 선으로 예상되는 코오롱스포츠 닥스 크로커다일여성 등 패션시장 2위군(群)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어 당분간 선두권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