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환매에 시달리는 자산운용사들이 매수 여력이 취약한데도 유독 금융주를 쓸어담고 있다. 운용사들의 '사자'에 힘입어 금융주들은 연일 고공행진이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67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운용사(투신권)들이 금융주만은 97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운용사들은 이달 들어 1조4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금융주만은 매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운용사들의 이달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금융주는 신한지주(1939억원) 삼성증권(964억원) 하나금융(580억원) 삼성화재(359억원) 등 4개가 포함됐다. 지난달 하나금융(1741억원) KB금융(529억원)만 10위 안에 들었던 데 비해 매수 강도가 세지고 종목도 다양해진 것이다.

'실탄'이 부족한 운용사들이 금융주에 애착을 갖는 것은 내년 이익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주는 올해 주가가 주춤했지만 내년 이익 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이라며 "은행들은 대출이 늘고 금리가 오르면 실적이 개선될 수밖에 없는 데다 올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고 부실을 털어내 건전성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운용사 덕에 금융주는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순매수 1위인 신한지주는 이날 4.02%(2000원) 오른 5만1700원에 마감됐다. '신한 사태'로 지난달 중순 4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5만원 선에 복귀한 것이다. 이 팀장은 "신한지주는 대출 여력이 높고 재무 건전성이 뛰어난 데다 가격도 싸진 상태여서 투자 매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3.77%) KB금융(2.41%) 기업은행(2.13%) 등도 강세를 보였다. 보험주 중에선 그린손보(2.14%) 한화손보(1.89%) 삼성화재(1.21%) 등이 선전했다.

운용사들의 금융주 매수는 내년 초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과 은행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된 상태여서 더 이상 금융주가 저평가될 이유가 없다"며 "적어도 내년 초까진 금융주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