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진화하는 소방수 역할을 중단할 수 없다. 요즈음은 아일랜드에서 스페인으로 번진 유럽 국가들의 부채위기가 그를 괴롭힌다. 그는 16일 워싱턴에서 톰슨로이터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2012년 프랑스 대선 출마 여부부터 세계경제 문제 해법에 이르기까지 이례적으로 구석구석을 짚었다.

○"세계경제 회복 고르지 못해"

스트로스칸 총재가 당장 꺼야 할 발등의 불은 남유럽 위기다. IMF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를 위해 225억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 지원안을 이날 승인했다. 그는 "아일랜드는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상한 스페인 문제에 대해선 "2011년의 큰 위기가 안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스페인의 자신감 결여와 금융권 부실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제대로 된 비판은 그 다음에야 터져나왔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유럽연합(EU) 체제의 무능을 정면 겨냥했다. 유럽 국가들의 부실이 도미노처럼 번질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찔끔찔끔 내놓는 접근 방식으로는 효과가 없다"며 종합처방을 주문했다. 대표적으로는 "EU가 왜 유로본드를 발행해 자금을 자체 조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EU 회원국들이 EU 중심부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의 유럽조약은 구심력을 높일 수 없게 한다"며 "결국 회원국들의 정치적인 의지가 관건"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유로화에 대한 애착은 강했다. "유로화는 과거 독일 마르크화보다 강하다"며 "유로화가 살아남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로존에 성장,실업,사회 문제 등이 많아 유로화에 위협적이나 유로화 외에 다른 해결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를 보는 스트로스칸 총재의 시각은 비관적으로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았지만 낙관적이지만도 않았다. 그는 세계경제가 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아시아와 남미의 경제상황은 "그냥 좋다기보다 훨씬 좋다"고 높이 평가했다. "나쁜 뉴스들이 남유럽에서 나오고,더블딥에 빠질 것 같지는 않지만 미국의 상황이 아주 불확실한 게 글로벌 경제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앞으로 수개월 동안 직면하게 될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 둔화"라고 꼽았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IMF의 최대 지분을 가진 미국에 섭섭한 주장도 거침없이 내놓았다. 미국이 신경을 곤두세운 자국 내 재정적자 문제와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에서였다. 그는 "위안화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고 IMF도 수년간 말해왔다"며 운을 떼면서 "중국을 설득하는 방법론이 문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수출 위주에서) 내수 성장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게 중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안화 절상이 마법의 탄환 아니다"

그는 그러나 "위안화의 적절한 절상이 지구상의 무역불균형을 포함한 모든 경제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마법의 탄환이라고 믿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 정책 탓에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며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강경책에 대해 힘 빠지게 하는 발언이다.

그는 이와 함께 "수십년간 쌓인 미국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는 위안화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 정상회의까지 치른 주요 20개국(G20) 체제는 만족스럽다고 했다. "G20은 금융위기의 정점에 효험을 발휘한 국제협력체제"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차기 G20 정상회의는 내년 파리에서 열린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자신의 프랑스 대선 출마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깜짝 놀랐다"며 잔뜩 연막을 쳤다. "현재의 내 일이 파트타임 부업이 아니다"며 "다른 걸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사회당 소속으로 재무장관을 지낸 그는 여론조사에서 대선 유력후보 중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IMF 총재로서 그의 임기는 2012년 10월 말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그가 IMF 수장의 직무를 접고 대선에 도전할지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점차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