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심장질환 전문병원인 부천 세종병원은 의료수준과 경제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심장병 어린이를 위해 무료 자선수술을 29년째 진행해오고 있다.

1982년 개원 당시부터 시작된 이 사업을 통해 지난달 말까지 중국,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이라크,파키스탄,러시아 등 20여개국 출신 900여명의 심장병 어린이 환자가 건강을 되찾았다. 자선수술은 국내외 심장병 자선단체들이 조성한 기금으로 환자 1인당 800만원을 세종병원에 지급하면 최소 1500만원이 드는 총수술비용 중 나머지를 병원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14일 세종병원에서 수술받고 입원 중인 중국 어린이 환자 10명의 병실에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가 찾아와 수영복과 수영모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자리에서 중국 단둥 출신의 재리짜 어린이(여 · 11)는 "평소 박 선수를 좋아했고 집 근처가 바다지만 심장병 때문에 수영을 못했다"며 "이제 건강해졌으니 고향에 가면 어서 수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만난 박 선수는 "한 달도 안된 아이가 수술받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며 "이렇게 어린애들이 수술해도 괜찮나요"라고 의료진에게 물었다.
세종병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SK와이번스 프로야구단과 손잡고 심장병 무료수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페넌트 레이스 기간 중 세종하트존(경기장 좌우 두곳,총 40m)으로 홈런 타구가 넘어갈 경우 그 개수만큼 불우한 심장병 환자들에게 무료수술을 시행하는 행사다. 이를 통해 작년에는 14명,올해는 12명이 무료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SK와이번스의 좌완 에이스인 김광현이 삼진을 잡을 때마다 심장병 기금으로 10만원이 적립된다. 올해는 총183개의 탈삼진으로 1830만원의 기금이 적립됐다. 이 돈은 불우한 심장병 어린이의 초음파검사 비용과 수술비로 쓰일 예정이다.

박영관 세종병원 회장은 "국내 어린이는 다양한 자선단체를 통해 심장수술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지만 가난한 외국 어린이는 형편이 암담하다"며 "과거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이젠 우리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줄 때"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