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용인 구성점과 코스트코 서울 양재점의 '신라면 가격 전쟁'이 사실상 이마트의 '판정승'으로 종료됐다. 지난달 26일 이마트 구성점 개점 이후 두 점포가 경쟁적으로 신라면 등 동일 품목 가격을 내리기 시작한 지 20일 만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구성점과 코스트코 양재점은 지난 16일 신라면 30개들이 한 상자 가격을 각각 8190원과 7990원에서 1만6490원으로 나란히 올렸다. 코스트코 양재점이 지난달 26일 이마트 구성점의 개점 가격에 대응하기 직전의 가격으로 되돌린 것이다. 이마트 구성점 관계자는 "지난 16일 코스트코 양재점이 신라면 등의 가격을 '원위치'시킨 것을 확인한 후 공급이 부족한 품목들은 바로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두 점포의 신라면 가격은 1만5690(이마트)~1만5790원(코스트코)으로 소폭 내렸으나 이마트 구성점 개점 당시 가격(1만599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라면 외에 두 점포 간 최저가 경쟁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품목들도 예전 가격으로 돌아갔다. 한때 7490원까지 떨어졌던 코카콜라(355㎖,24개)는 1만2490~1만2590원,7490~7590원까지 내려갔던 웰치스(355㎖,24개)도 1만1890~1만1990원으로 올라갔다. 신라면 컵라면(110g,16개) 가격도 6790~7090원에서 1만1390~1만1490원으로 올랐다.

다만 에비앙 생수와 일부 음료 품목들은 여전히 경쟁 이전보다 30~40% 떨어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두 점포가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주요 품목의 가격을 올린 것은 납품가를 크게 밑도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데 따른 손해가 만만치 않은 데다 당일 판매물량의 조기 품절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두 점포에선 오전이나 오후 일찍 하루 판매량이 다 팔리는 신라면을 사러 왔다가 구매하지 못해 항의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국 최저가 판매 전략에는 변함이 없지만 신라면 등의 인기품목에 대해선 코스트코와 비슷한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며 "가격이 같아도 구성점은 연회비(3만~3만5000원)가 없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첫 창고형 할인점인 구성점은 코스트코와의 가격전쟁으로 개점 초기 주요 고객층인 자영업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구성점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으로 전환한 이후 이전보다 구매객수와 매출이 40~50% 증가했다"며 "'신라면 전쟁'이 이슈화되면서 구성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진 영향도 컸다"고 밝혔다. 반면 코스트코 양재점은 가격 경쟁으로 해당 품목을 제외한 제품의 매출증대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트코 관계자는 "신라면을 사러 와서 다른 물건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로스 리더'(특매상품 · 미끼상품)의 효과가 거의 없었다"며 "이런 형태의 가격 전쟁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