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 버튼이 단출하다.층을 표시하는 버튼은 G와 124 두 개,그 아래 횡으로 개폐 버튼과 비상벨 버튼을 합해 딱 5개 뿐이다.지상 124층 442m 높이로 수직 상승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분.최대 분속 600m다.국내 최고속으로 알려진 여의도 63빌딩 오피스 엘리베이터(분속 540m)보다 빠르다.우주로 향하는 로켓에 탄 듯 캄캄한 어둠 속,급상승에 또다시 귀가 먹먹해질 즈음 엘리베이터 내 디스플레이가 숫자 124를 나타낸다.‘앳 더 탑(At The Top)’,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의 전망대다.


◆하늘에서 보는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다.지난 1월 정식 개장했다.162층 건물로 높이는 828m에 이른다.여의도 63빌딩(249m)을 세 번 쌓아 올리고도 70m가 더 높다.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인 북한산(836m)과 비슷하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330m)의 2.5배나 된다.‘현대판 바벨탑’으로도 불리는 ‘수직 도시’다.39층까지 호텔,40∼108층은 아파트,109층 이상은 사무실로 쓴다.

부르즈 칼리파는 “실패를 제외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세계 최대,최고,최초를 염두에 두고 추진해온 두바이 국가 개발사업의 상징이다.전망대를 잇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그동안의 개발사업 속도를 대변하는 것 같다.

앳 더 탑 전망대는 깔끔하다.별다른 장식이 없다.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창 너머로 두바이의 마천루와 각종 건설 프로젝트 현장이 한눈에 잡힌다.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이어진 초고층 빌딩들이 미니어처 같다.

멀리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과 더 월드 등 인공섬 건설현장도 보인다.왠지 활기가 없이 풀이 죽어있는 분위기다.글로벌 금융위기와 국영 개발업체인 두바이월드의 1년 전 모라토리엄 선언 여파가 가시지 않은 탓일까.하늘을 덮고 있는 뿌연 모래먼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부르즈 칼리파와 이어진 두바이몰 역시 쇼핑몰로 세계 최대 규모다.축구장 40개 크기다.전 세계 명품 브랜드가 없는 게 없다.수족관도 세계 최대 기록을 갖고 있다.세계에서 가장 큰 아크릴 판을 사용했다고 기네스 기록에 올라 있다.두께가 70㎝에 달하는 아크릴 판 뒤에는 상어를 비롯한 바다생물들이 살고 있다.

◆최고급 디자이너 호텔

부르즈 칼리파의 1∼8층과 38,39층을 쓰고 있는 아르마니 호텔은 전 세계 최초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브랜드 호텔이다.모두 160개의 객실이 있다.9∼16층은 레지던스로 144실.8개의 레스토랑과 스파,부티크도 갖추고 있다.아르마니가 “아르마니식 미학과 이탈리아식의 따뜻한 서비스가 결합된 호텔”이라고 자평한 호텔은 디자이너 아르마니의 감성과 영감으로 가득하다.

아르마니가 인테리어와 가구를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호텔 안에 있는 동안 어디에서나 아르마니 스타일을 호흡할 수 있다.실내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어디 한 곳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깔끔하다.수납공간을 전혀 보이지 않게 꾸며 처음에는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은 공간 같은 느낌을 받는다.

서비스도 아르마니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1대1 서비스를 하는 라이프 스타일 매니저가 배정된다.예약 시점부터 고객의 취향까지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호텔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마찬가지다.달리 디자이너 호텔이 아니다.

두바이의 럭셔리 호텔이라면 부르즈 알 아랍을 빼놓을 수 없다.부르즈 알 아랍은 두바이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화려하고 독특한 시설과 서비스로 7성급으로 인정받는 호텔이다.부르즈 칼리파와 함께 두바이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개장 이후 이제껏 한번도 이윤을 낸 적이 없지만 호텔 이용객만 출입시킬 정도로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호텔은 해변에서 280m 떨어진 인공섬 위에 있다.28층 321m 높이로,202개 모든 객실이 복층 구조의 스위트 룸으로 이루어져 있다.바람을 안고 항해하는 요트 같은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맞은 편 해변의 파도 모양의 주메이라비치호텔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내부 또한 호화스럽다.꼭대기 층까지 통으로 뚫린 로비가 시원스럽다.금박장식은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버틀러(집사) 서비스도 이 호텔의 자랑이다.주메이라비치호텔 옆에 있는 물놀이 공원 와일드 와디는 온가족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사막 사파리와 골드 수크

두바이 여행길의 필수 코스 중 하나가 사막 사파리다.4륜 구동 지프차를 타고 탁 트인 사막을 질주하는 것.사막 사파리는 모래에 빠지지 않게 지프 바퀴의 바람을 빼는 것으로 시작한다.일몰시간에 맞춰 지프차 수십대가 대열을 이뤄 출발한다.바람에 따라 형성된 모래둔덕을 거침없이 오르내린다.모래둔덕을 전속력으로 치고 올라갔다가 급경사면을 따라 뚝 떨어지다시피 할 때면 등골이 다 오싹해진다.

함께 출발한 지프차들은 해가 사막 저편으로 넘어갈 때쯤 한 곳에 모인다.모래둔덕 선이 예뻐 일몰 풍경이 더 화려해지는 포인트다.그리고 캠프에 모여 저녁식사를 한다.헤나문신도 하고 물담배도 피워보며 밤시간을 느긋하게 즐긴다.밸리댄서 공연도 준비돼 있다.

전통 금 시장인 골드 수크도 지나칠 수 없다.수백개의 귀금속 상점이 모여 있다.중동 지역의 금 거래 허브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금 유통량을 자랑하는 곳이다.아랍과 인도사람들이 특히 금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2K 장신구를 선호한다고 한다.금 시장 인근의 향신료 시장도 중동 여행의 묘미를 살려주는 곳이다.

두바이=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