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는 1970년대 초 요구르트를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발효유 시장을 만든 발효유 대표 기업이다. 1990년대 말 내놓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은 출시 1년 만에 하루 평균 판매량 60만개를 돌파,고급 발효유 시장을 선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후 드링크 발효유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돌파했다. 2000년 중반에 접어들면서 시장상황은 한국야쿠르트에 불리하게 전개됐다. 발효유가 저성장 시장으로 바뀐 데다 경쟁업체들의 잇단 시장 진입으로 성장성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됐다. 한국야쿠르트는 그러나 지난해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를 국내 첫 발효유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기능성 발효유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새로 선보인 비타민 '브이푸드(Vfood)'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식품사업 키워드인 '건강' 브랜드 선점

최근 소비자 조사 결과 한국야쿠르트라는 회사명이 '건강' '위 · 간 보호' '소화 촉진' '신선함' 등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자체가 '건강'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얘기다. 그 저변에는 메치니코프,윌,슈퍼100,하루야채로 이어지는 건강 발효유 전문회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최근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야쿠르트의 건강 · 웰빙 이미지는 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고객만족지수 우유 · 발효유 부문에서도 1998년부터 10년 이상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브랜드 역량은 탄탄하다. 이는 웰빙,로하스 등으로 대변되는 미래 식품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건강'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중앙연구소가 있다. 35년 역사의 중앙연구소는 80여명의 연구원이 발효유 제품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관련 원천기술까지 범위를 넓혀 연구하고 있다. 최근엔 경희대와 한방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연구 제휴를 맺고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 기업이 내부의 자원을 외부 조직과 공유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확보하고 신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통한 질적인 도약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결과물의 하나가 지난 5월 선보인 '브이푸드'라는 비타민이다. 출시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예상치를 웃돌며 차세대 주력사업의 하나로 기대되고 있다.

◆탄탄한 재무능력이 신사업 추진 원동력

이 회사는 매년 7~8% 선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자산을 쌓아왔다. 지난해 말 현재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등 곧바로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만 2300억원을 넘는다. 이자를 내야 하는 금융권 차입금도 없다. 파스퇴르유업 매각 대금까지 합치면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는 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탄탄한 재무능력은 한국야쿠르트가 건강기능식품 등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준비하는 데 버팀목이 되고 있다. 현재 발효유 시장은 성숙단계에 접어든 게 사실이다. 발효유의 방문판매 사업만으로는 성장과 수익을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수 · 합병(M&A)이나 자체적인 신사업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이미 이 회사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중 · 장기전략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 회사의 건강 및 웰빙 이미지와 연계한 헬스케어 사업이나 방문판매의 강점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사업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신사업에 뛰어들 시점이라고 판단될 때 언제든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게 이 회사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해외진출 성공사례 '도시락'

한국야쿠르트는 발효유 일변도의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1980년대에 라면,1990년대엔 음료 사업에 각각 진출했다. 면류와 음료 부문은 이 회사가 불황기에도 성장을 이어가며 1조원 매출을 돌파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특히 용기면 제품인 '도시락'은 식품업계에서도 손꼽히는 해외 성공사례다. '도시락'은 러시아 국민의 90%가량이 알고 있을 정도로 러시아에선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현지에서 이 제품은 용기면을 대표하는 일반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초기 수출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을 타진한 뒤 현지에 생산공장을 갖추는 등 과감한 투자가 성공배경으로 꼽힌다.

면류와 음료는 풀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왕뚜껑'으로 잘 알려진 팔도라면 브랜드는 회사의 '건강' 이미지와 상충되는 대목이 있고,음료부문의 성장은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면류와 음료부문에서 메가 브랜드 제품을 키워내는 게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영업망 '방판 플러스 알파' 구축이 과제

이 회사만큼 일반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방문판매 조직을 갖고 있는 기업은 흔치 않다. 발효유를 중심으로 방판 부문에서만 8000여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1971년 47명으로 시작된 '야쿠르트 아줌마'는 현재 1만3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고정고객도 200만가구를 웃돈다. 통신 금융 등 다른 업종의 업체들이 제휴 마케팅을 제의해 올 정도다.

그러나 대규모 방판은 양날의 칼이다.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본사가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의 유통망을 바로 뚫을 경우 방판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백화점과 일부 특정지역엔 본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거주인구가 늘어나면서 고객 방문이 힘들어지고,맞벌이 가구 증가로 잠재고객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판매점(야쿠르트 아줌마) 역량 향상 프로그램' 가동으로 방판 매출이 올라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