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흙이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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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시작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다. 이맘때면 크리스마스와 송년 분위기로 도시의 밤은 화려하고 들떠 있다.
이와 달리 시골 풍경은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하다. 요즘 출장이 잦아 서울을 벗어날 일이 많은데 차 안에서 바라본 빈 들판과 낙엽진 산은 황량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들녘에 쌓아 놓은 짚동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이처럼 겨울 한반도는 속살을 드러낸다. 어느 작가는 흙을 '지구의 살갗'이라고 했는데 겨울은 겉치레를 벗는 계절인 것 같다.
사실 우리의 삶은 흙에 참 많이 닿아 있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고,문명의 시작과 흥망도 이 흙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 한반도의 땅은 거친 편이다. 토양 성분이 산성에 가까워 유기물이 적고 양분 저장이 잘 되지 않아 농사짓기에 썩 좋은 땅은 아니다.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 진달래가 유독 많이 핀다. 진달래는 영어로 '어제일리어(Azalea)'라고 하는데 이 말에 '척박하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 우연일까.
그러나 우리는 이 거친 땅 위에서 삶을 이어왔고 이러한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늘 노력해왔던 것 같다. 그 옛날 어려웠던 시절 우리 부모님들은 한 마지기 남짓한 땅에서 억척스럽게 일해 자식을 키워냈고,1960~70년대 독일로 간 광부들과 중동의 모래사막에서 건설노동자가 벌어들인 돈이 산업자본의 밑거름이 되었다.
조선산업을 일으킨 자리도 울산 미포만(灣)의 황량한 백사장이었고,반도체 원료도 거친 흙에서 뽑아내 산업의 꽃으로 키워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기업과 산업의 체질을 바꾸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되었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문명을 일으킨 자리는 안락한 환경이 아니라 대부분 가혹한 곳이었다고 했다. 중국 고대문명의 발원지도 강물의 흐름이 완만하고 토지가 비옥해 농사짓기에 좋은 양쯔강이 아니라 혹독한 추위로 겨울이면 강이 얼어붙어 배가 다닐 수 없는 황허 강변이었다.
이와 같이 고난과 역경은 안으로는 문제를 돌아보게 하고 밖으로는 생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게 하는 좋은 선물이다.
올 한 해 지나고 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좀 더 단단해지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내년에도 녹록지 않을 것이다. 성장률 수출 고용 등의 경제지표가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잘해 나가리라 믿는다. 올 겨울을 나고 나면 내년 봄에도 어김없이 진달래가 필 것이다.
이동근 <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dglee@korcham.net >
이와 달리 시골 풍경은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하다. 요즘 출장이 잦아 서울을 벗어날 일이 많은데 차 안에서 바라본 빈 들판과 낙엽진 산은 황량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들녘에 쌓아 놓은 짚동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이처럼 겨울 한반도는 속살을 드러낸다. 어느 작가는 흙을 '지구의 살갗'이라고 했는데 겨울은 겉치레를 벗는 계절인 것 같다.
사실 우리의 삶은 흙에 참 많이 닿아 있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고,문명의 시작과 흥망도 이 흙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 한반도의 땅은 거친 편이다. 토양 성분이 산성에 가까워 유기물이 적고 양분 저장이 잘 되지 않아 농사짓기에 썩 좋은 땅은 아니다.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 진달래가 유독 많이 핀다. 진달래는 영어로 '어제일리어(Azalea)'라고 하는데 이 말에 '척박하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 우연일까.
그러나 우리는 이 거친 땅 위에서 삶을 이어왔고 이러한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늘 노력해왔던 것 같다. 그 옛날 어려웠던 시절 우리 부모님들은 한 마지기 남짓한 땅에서 억척스럽게 일해 자식을 키워냈고,1960~70년대 독일로 간 광부들과 중동의 모래사막에서 건설노동자가 벌어들인 돈이 산업자본의 밑거름이 되었다.
조선산업을 일으킨 자리도 울산 미포만(灣)의 황량한 백사장이었고,반도체 원료도 거친 흙에서 뽑아내 산업의 꽃으로 키워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기업과 산업의 체질을 바꾸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되었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문명을 일으킨 자리는 안락한 환경이 아니라 대부분 가혹한 곳이었다고 했다. 중국 고대문명의 발원지도 강물의 흐름이 완만하고 토지가 비옥해 농사짓기에 좋은 양쯔강이 아니라 혹독한 추위로 겨울이면 강이 얼어붙어 배가 다닐 수 없는 황허 강변이었다.
이와 같이 고난과 역경은 안으로는 문제를 돌아보게 하고 밖으로는 생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게 하는 좋은 선물이다.
올 한 해 지나고 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좀 더 단단해지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내년에도 녹록지 않을 것이다. 성장률 수출 고용 등의 경제지표가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잘해 나가리라 믿는다. 올 겨울을 나고 나면 내년 봄에도 어김없이 진달래가 필 것이다.
이동근 <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dglee@korcha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