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의 고급 자기에 대한 반응이 좋습니다. 창춘 쪽에선 신규 공급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

노희웅 행남자기 사장(사진)은 20일 경기도 여주 공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도자기업계가 여러 어려움에 봉착해 있지만 기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치열한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사장은 해외 신시장 개척과 국내 고급시장을 투트랙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사장이 언급한대로 도자기업계는 '3중고'에 빠져 있다. 경제위기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중국산 저가 도자기들이 시장을 흐리고 있는 데다 다목적 유리용기라는 대체재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 1위인 영국 웨지우드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청산을 신청한 이유다.

행남자기는 도자기업계가 '3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 올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6% 정도 증가한 470억원.노 사장은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선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결은 해외시장 공략.올해 수출물량을 20% 이상 늘리면서 내수시장의 부진을 메웠다. 행남자기는 올해 12개였던 중국 내 판매점을 22개까지 늘렸고 내년엔 브라질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는 신규 브랜드를 만들어 내년부터 본격 수출할 예정이고 미국 중국에는 자체 지사를 세워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노 사장은 "제품경쟁력이 소비자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행남'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현재 전체 수출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줄이고 자체 브랜드 수출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에선 '고급화'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다. 해외 명품 브랜드에 빼앗긴 고가 자기 시장을 되찾아오겠다는 것.지난달 초 첫선을 보인 이상봉 디자이너와의 협업 작품 '행남자기 이상봉 컬렉션'은 20개 1세트 가격이 150만원을 넘는 고가지만 반응이 좋다. 노 사장은 "부유층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해외 명품 도자기의 상당량이 행남을 비롯한 한국 메이커의 OEM 제품"이라며 "고급스런 디자인에 해외 명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상위 10%'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3년 전 내놓은 고급 욕실용품 '본'도 내년부턴 효자노릇을 할 전망이다. '본'은 본차이나로 만든 세면대,양변기 등으로 일반 도기형 제품보다 위생적이고 각종 문양을 그려넣을 수 있다. 올해까지 건설경기가 어려워 큰 성과가 없었지만 내년부터 베트남 등의 고급 아파트용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그는 "수출 강화,내수시장 고급화,신사업 등이 경기호황과 이어지면 실적이 단숨에 호전될 수 있다"며 "2020년 2000억원 매출,세계 3대 도자기업체를 목표로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