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묘(卯)의 해에 담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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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후면 2011년이 밝는다. 새해는 토끼의 해다. 토끼는 성대가 없어 울음소리조차 못 내는,그래서 항상 귀를 쫑긋 세운 채 커다란 눈으로 사주를 경계하는 연약한 초식 동물이다.
하지만 토끼를 뜻하는 卯(묘)자가 갖는 의미는 다르다. 시간으로는 오전 5시부터 7시까지가 묘시다. 붉은 해가 떠올라 어둠을 몰아내고,대지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계절로는 음력 2월로 꽁꽁 언 땅이 녹고 생명이 움트는 시기다. 희망차고 새로운 기운이 강하게 밀려와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내고 어둠을 밝음으로 뒤집어 버리는 '대혁신'이 바로 卯(묘)자가 담고 있는 의미다.
다가올 해의 십이지에 이처럼 간절한 소망을 담아보긴 처음인 것 같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은 근본적인 변화를 갈구하게 만든다. 중국과 러시아,그리고 미국과 일본이 편을 나눠 각각 남한과 북한을 지지하는 작금의 모습은 구한말이나 해방 전후와 다를 바가 없다.
남북한이 대립하고 있는 마당에선 '한반도 사태의 이익상관자'(인민일보)임을 자처하는 중국부터 달라져야 한다. 햇병아리 같은 27세의 앳된 젊은이가 어느날 갑자기 대장군의 칭호를 달고 '지도자'가 돼서 핵무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북한을 두둔하는 것이 한반도의 긴장을 유발한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지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중국이 아시아뿐 아니라 글로벌 리더가 되는 데 북한이란 존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짚어봤으면 한다.
올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던 것을 되짚어 보자.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천안함 침몰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중국으로 달려왔다. 중국은 최고 권력집단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그를 맞이했다. 8월에는 3남 김정은을 대동하고 중국을 찾아 김일성의 유적지를 순례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례적으로 지린성 창춘까지 날아가 정상회담을 하며 우의를 과시했다.
국제적 고립을 피하고 경제적 원조를 받아내며 3세대 세습의 정당성을 획득한다는 게 김정일의 방중 목적이었던 것 같다. 중국이 북한에 '통 큰 지원'을 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만 혈맹의 우의를 과시,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을 보듬어 안는 나라라는 것은 입증이 됐다.
연평도에서 한국과 미국이 실탄훈련을 실시하기로 하자 중국이 연일 반대성명을 내며 발끈하고 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고 공개했을 때는 왜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상대방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유불문하고 참전해 도움을 주도록 돼 있는 '중조(中朝)우호조약'이란 종잇장에 휘둘려 북한과 더불어 세계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중국 공산당은 변신의 귀재다. 필요하다면 자본가도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국 공산당이다. 중국도 내년엔 새로운 기운이 들어선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권력이동이 시작된다. 내부적으로도 부국(富國)에서 부민(富民)을 지향하는 새로운 국가운영이념이 실현된다.
중국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북한과 관계를 재설정,세계평화를 실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대변혁을 상징하는 토끼의 해를 맞아 중국에 북한과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나길 소망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하지만 토끼를 뜻하는 卯(묘)자가 갖는 의미는 다르다. 시간으로는 오전 5시부터 7시까지가 묘시다. 붉은 해가 떠올라 어둠을 몰아내고,대지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계절로는 음력 2월로 꽁꽁 언 땅이 녹고 생명이 움트는 시기다. 희망차고 새로운 기운이 강하게 밀려와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내고 어둠을 밝음으로 뒤집어 버리는 '대혁신'이 바로 卯(묘)자가 담고 있는 의미다.
다가올 해의 십이지에 이처럼 간절한 소망을 담아보긴 처음인 것 같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은 근본적인 변화를 갈구하게 만든다. 중국과 러시아,그리고 미국과 일본이 편을 나눠 각각 남한과 북한을 지지하는 작금의 모습은 구한말이나 해방 전후와 다를 바가 없다.
남북한이 대립하고 있는 마당에선 '한반도 사태의 이익상관자'(인민일보)임을 자처하는 중국부터 달라져야 한다. 햇병아리 같은 27세의 앳된 젊은이가 어느날 갑자기 대장군의 칭호를 달고 '지도자'가 돼서 핵무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북한을 두둔하는 것이 한반도의 긴장을 유발한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지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중국이 아시아뿐 아니라 글로벌 리더가 되는 데 북한이란 존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짚어봤으면 한다.
올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던 것을 되짚어 보자.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천안함 침몰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중국으로 달려왔다. 중국은 최고 권력집단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그를 맞이했다. 8월에는 3남 김정은을 대동하고 중국을 찾아 김일성의 유적지를 순례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례적으로 지린성 창춘까지 날아가 정상회담을 하며 우의를 과시했다.
국제적 고립을 피하고 경제적 원조를 받아내며 3세대 세습의 정당성을 획득한다는 게 김정일의 방중 목적이었던 것 같다. 중국이 북한에 '통 큰 지원'을 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만 혈맹의 우의를 과시,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을 보듬어 안는 나라라는 것은 입증이 됐다.
연평도에서 한국과 미국이 실탄훈련을 실시하기로 하자 중국이 연일 반대성명을 내며 발끈하고 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고 공개했을 때는 왜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상대방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유불문하고 참전해 도움을 주도록 돼 있는 '중조(中朝)우호조약'이란 종잇장에 휘둘려 북한과 더불어 세계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중국 공산당은 변신의 귀재다. 필요하다면 자본가도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국 공산당이다. 중국도 내년엔 새로운 기운이 들어선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권력이동이 시작된다. 내부적으로도 부국(富國)에서 부민(富民)을 지향하는 새로운 국가운영이념이 실현된다.
중국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북한과 관계를 재설정,세계평화를 실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대변혁을 상징하는 토끼의 해를 맞아 중국에 북한과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나길 소망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