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내 광고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GⅡR 지분을 옛 주인이던 WWP 측이 최근 다시 늘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WWP 측이 지분을 늘려 GⅡR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WWP 산하 투자회사인 카벤디시 스퀘어 홀딩(Cavendish Square Holding B.V.)은 이달에만 GⅡR 주식 3만7500주를 장내매수 하는 등 지난 9월 이후 총 42만2760주의 GⅡR 주식을 추가로 사들였다. 이에 따라 20% 초반에 머물던 WWP의 GⅡR 보유 지분은 22.59%까지 확대됐다.

이날도 외국인이 6870주를 순매수 한 것에 비춰 WWP의 '사자'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WP는 GⅡR 전체 외국인 지분율(24.1%)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3대 광고대행사인 WWP는 2002년 12월 대주주로부터 GⅡR(옛 LG애드) 지분을 취득한 뒤 최대주주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룹사에 독점적으로 물량을 몰아주는 한국 광고시장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08년에는 적자까지 기록했다.

WWP는 결국 2008년 10월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LG를 다시 끌어들였고, 현재는 LG가 최대주주로(지분 35% 보유) 직접 경영을 하고 있는 상태다. GⅡR은 등기임원 6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5명을 LG그룹 인사로 구성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권이 LG로 넘어간 상황에서 WWP 측이 최근 지분을 다시 늘리고 있는 것은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GⅡR의 등기이사인 스튜어트 니시 WWP 아ㆍ태 담당이사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니쉬 이사 마저 해임될 경우 WWP는 GⅡR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따라서 지분을 더 확보해 공동 경영 형태로 계속 끌고 가거나, LG 측에 지분을 통째로 넘기는 방안 등이 가능성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WWP의 GⅡR 주식 인수가액이 현 주가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지분을 당장 정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손해를 보고 파느니 지분을 더 늘리자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GⅡR 관계자는 "WWP의 지분 매입은 회사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기 때문이며, 다른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