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실시된 우리 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은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다. 자신의 영해에서 군사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 지난 북한의 연평도에 대한 포격은 6 · 25전쟁 이후 북한에 의해 우리 영토에 대해 이뤄진 최초의 공격이었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도발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우리 군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미국은 '9 · 11 테러' 이전과 이후 기존 국가안보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우리의 경우도 '연평도 이전'과 '연평도 이후'의 국가안보와 대북전략에 근본적 수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북한체제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이솝우화에 기댄 햇볕론자들은 북한을 아무런 무기와 폭탄도 없이 괴나리봇짐 지고 가는 나그네인양 목가적(牧歌的)으로 생각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무력공격은 햇볕론자들의 북한 인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알려진 것처럼 북한은 플루토늄 핵무기뿐만 아니라 고농축 우라늄 방식의 핵무기도 개발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북핵 문제 해결과 대북한 군사적 억지력을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에 대해서는 미국의 핵 우산에 의지한다고 하더라도 여타 다른 모든 대북한 군사적 억지체제는 이번에 그 미비점이 철저하게 보완돼야 한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태세가 미비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서해 5도뿐만 아니라 경기도 및 강원도 북부지역의 군사시설과 산업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지 않도록 북한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일련의 북한 도발은 원칙을 지키고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원칙있는 대북정책'과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세습체제가 가시화되고 우라늄 농축이라는 북한의 새로운 핵 개발 시도가 진행돼도 원칙만을 강조하고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기만 하겠다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무책(無策)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북한 정권이 무슨 짓을 해도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데,북한 지도자들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북한 지도자들이 가장 아파하는 아킬레스건이 어디인지를 파악해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면 북한체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직후에는 대북한 군사보복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30%에 불과했다가 연평도 공격 이후에는 80%로 급상승한 것에 이명박 정부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연평도 공격 당시 우리 군의 적절한 군사적 대응 실패는 우리 국민을 실망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우리 군이 국민의 생명이 희생돼도 제대로 된 군사적 대응을 못하면서 주변국가들의 외교적 도움에 기대기만 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러고서도 미국에 과연 2015년에 전시작전권을 되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라는 암을 질질 끌면서 두고 보는 것보다는 이번 기회에 전쟁을 해서라도 '북한 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예사롭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향후 북한의 도발에 철저하게 대응하고 확고한 대북 억지력을 구축해 우리 군이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한반도는 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영호 <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