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이 빠지고 나니 오히려 문의가 늘었습니다. 과천 집값이 반등하니까 배후지인 평촌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네요. "(평촌신도시 김홍태 삼보공인 대표)

과천-평촌-산본으로 이어지는 '경부선 서(西)라인'의 집값이 침체를 벗어나고 있다.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과천 집값을 자극하자 배후지인 평촌 · 산본 집값도 덩달아 오르는 모습이다.

◆강남발 훈풍에 온기 도는 과천

20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최근 4주간 과천 집값은 0.31% 뛰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평균 집값 상승률 0.09%보다 3.4배 정도 높은 수치다.

조합설립인가를 앞두고 있는 원문동 주공 2단지 59㎡는 7억7000만원으로 한 달 새 2000만원 올랐다. 별양동 주공6단지 52㎡도 1500만원 상승한 6억원 선이다. 과천 집값은 올 상반기 국민은행 조사결과 3.4% 내려 수도권에서 하락률이 가장 컸다. 중앙동 청솔공인의 이동민 대표는 "1~2개월 전에는 하루에 전화 3~4통 받기도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수시로 걸려오는 통에 가게를 비우기도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천 주택시장의 분위기 반전은 강남 재건축 단지 강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보통 강남 재건축이 오르면 수도권 재건축 단지 대표 주자인 과천이 보름이나 한 달 시차를 두고 동반 상승한다"며 "강남 재건축 단지 강세가 지속되자 투자자들이 급매물을 거둬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볕 비치는 평촌 · 산본

과천 집값은 인근 평촌과 산본의 집값을 자극하며 '경부선 서라인' 동반상승을 이끌고 있다. 수도권 집값 상승에도 지난달까지 보합 또는 약보합세에 머물던 평촌과 산본 아파트값은 최근 반등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2주 사이 산본은 0.15%,평촌은 0.11% 뛰었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 70%를 넘는 등 중소형 단지인 산본에선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매매로 옮겨가면서 일부 대형을 제외하곤 급매물이 사라졌다. 산본동 닥터공인의 최정순 대표는 "전용 60㎡(23~25평형)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 선이어서 집값이 소폭이지만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최근 보름 사이 중소형은 입지 여건에 따라 500만~1000만원 상승했다"고 말했다.

◆강세 지속여부는 강남 재건축에 달려

부동산 전문가들은 평촌과 산본의 집값은 과천의 집값을 좌우하는 강남 재건축 단지 동향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종덕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부동산투자부문장(전무)은 "예전에 비해 집값 연동성이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강남 재건축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과천 집값이 뛰고,과천이 상승하면 배후지인 평촌과 산본 집값도 덩달아 오르는 양상이 아직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