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 고용을 규정한 각종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이유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실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제 · 스마트워크 확산이 필요하다"는 정책 제언도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신문과 여성가족부가 지난 19일 공동조사해 발표한 '대기업의 여성인력 활용 실태보고서'와 관련한 '여성인력 활용 확대를 위한 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회는 20일 여성부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김성민 LG생명과학 상무,강혜련 이화여대 교수,전병유 한신대 교수,김교식 여성부 차관,권영순 고용부 고용평등정책관(국장) 등 여성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토론회 사회자로 나선 김교식 여성부 차관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가 될 때까지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9%포인트 증가했지만 우리나라는 1%포인트 정도에 그쳤다"며 "그만큼 우리나라는 여성 취업에 소극적이었다"고 운을 뗐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보고서에서 '이왕이면 여자보다 남자 직원이 편하고 좋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점은 이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금재호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500인 이상 대기업 300곳 중 30%가 성차별적 관행을 갖고 있다면 중소기업들은 더 많은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며 "고용부가 시행하는 '적극적 조치'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식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는 "육아휴직은 법령이기 때문에 대부분 도입했지만 실제 활용률은 20%대에 불과하다"며 "GE,IBM 등 일류기업들이 여성인력 채용에 적극적인 이유는 비용이 들더라도 일 · 가정 양립을 보장해주면 결국 성과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영순 국장은 "아직 경영자의 인식에 비해 기업의 실천이 따라가지 못한다"며 "인력 부족 시대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전체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과 유연근무제,스마트워크 확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여성들에게 비전을 부여해야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 교수는 "주인의식이 없는 이유는 10년을 다녀도 관리직 승진 가능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며 "여직원에게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면 주인의식 고양→높은 성과→승진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여성인력 확대의 긍정적 효과를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수사례 발표를 위해 참석한 김성민 LG생명과학 상무는 "육아문제 해결을 위해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한 결과 여성 직원의 78%가 이를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출근하는 여성들의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며 "그 결과 여성 비중이 절반가량(41.5%)인 R&D 부문은 의약연구,임상개발 등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