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그룹차원에서 내년도 10대 중점과제를 선정했다. 이달 초 복원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첫 작품이다. 삼성이 계열사의 경영지침이 되는 10대 과제를 작성한 것은 2007년 이후 4년 만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선도경영과 미래대비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 '2011년 10대 중점 추진 과제'를 작성해 모든 계열사에 배포했다. 계열사들은 이를 기초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2008년부터 3년간 그룹 차원의 중점 과제를 선정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미래전략실에서 중점 과제를 정해 계열사 사업계획확정 때 기초로 활용토록 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리딩 기업에 맞는 역량 확보

삼성이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첫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운 것은 초일류 기업에 걸맞은 역량의 확보다. 삼성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별적 경쟁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수십년간 취해온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벗어난 것으로 제품뿐 아니라 기술,인재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기술과 경영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차별화된 경쟁 역량이 없으면 자칫 산업의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를 첫 과제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전략실은 또 연구 · 개발(R&D) 강화를 통한 신기술과 특허 등에서도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줄 것을 각 계열사에 주문했다. 1990년대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이 주창해온 기술경영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기술변화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미래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디자인,콘텐츠,솔루션 등 소프트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도 과제로 제시했다.

삼성은 이 같은 제품과 기술 리더십 확보뿐 아니라 마케팅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2등 기업들과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195억달러로 세계 19위 수준이며 삼성은 10년 내 10위권으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게 경영시스템을 바꿔가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직원 16만명 중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인 다국적 기업인 만큼 이에 맞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화 선진화된 된 경영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인력구성의 다양성을 창조적 시너지 효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미래 대비와 기업문화의 혁신도 과제

미래 대비와 새로운 기업문화의 확립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미래 대비를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집중 발굴 육성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기초로 태양광 헬스케어 사업 등에서 최고수준의 사업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 방안을 내놨다.

미래전략실은 또 인재경영 철학에 따라 창조적이고 열정적인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인재상이 국적에 관계없이 창조적이며 열정적인 사람으로 구체화된 것이라고 삼성 관계자는 설명했다.

조직문화와 사회적 관계도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선 창의와 열정이 넘치는 유연하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가 있을 때만이 인재가 모이고 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미래를 준비할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회와의 관계에서는 '소통 상생 협력'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삼성이 사회와도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가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상생협력의 문제도 계열사별로 사업계획에 적극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시기인 만큼 불확실성에 대비한 상시적 리스크 관리체제 확립에도 나서기로 했다.

김현예/김태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