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전역 긴급대피령…주민 오전부터 방공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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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사격 훈련 시민 반응
연평주민 "너무 불안해요" … 驛舍마다 TV 뉴스에 눈 못떼
일부 기업선 긴급 간부회의 … 만일 상황 대비책 논의하기도
학부모 "학생 조기 귀가" 요구 … 포털 "사격 안 하면 도발 없겠냐"
연평주민 "너무 불안해요" … 驛舍마다 TV 뉴스에 눈 못떼
일부 기업선 긴급 간부회의 … 만일 상황 대비책 논의하기도
학부모 "학생 조기 귀가" 요구 … 포털 "사격 안 하면 도발 없겠냐"
우리 군이 서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한 20일 서해5도 지역 주민들은 극도의 긴장 속에 하루를 보냈다. 주민들은 혹시 모를 북한군의 공격에 대비,인근 대피소에 몸을 숨긴 채 불안에 떨었다. 서울시내 직장인들도 수시로 뉴스를 체크하는 등 북한의 추가 도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평도와 백령도 대 · 소청도 등 서해5도 전역에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다. 연평면에서는 대피령 발령 후 1시간 만에 주민 등 264명이 대피소 11곳으로 대피했다. 백령도에서도 주민 5000여명이 대피소 67곳으로 나뉘어 몸을 피했고 대 · 소청도 주민 1400여명도 대피소 31곳으로 이동했다. 백령도와 대청도에 있는 6개 초 · 중 · 고교 학생들도 긴급 대피했다.
대청중 · 고 관계자는 "오전 8시께 면 사무소와 군부대를 통해 대피 안내방송이 있었고 사이렌이 울려 수업 시작 전 학생들을 모두 대피소로 보냈다"고 말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오전 8시부터 옹진군 울도 서쪽에서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이르는 '특정해역'(5200㎢)과 강화도 만도리어장의 조업을 통제했다. 인천~연평도,인천~백령도를 오가는 2개 항로 여객선 운항도 금지됐다.
◆…대피소에 모여앉은 연평도 주민들은 지난번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박모씨(50)는 "면 사무소에 있다가 대피령이 내려져 그대로 뛰어들어왔다"고 말했다. 김모씨(40)는 "언제까지 이래야 하느냐"며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토로했다.
현재 연평도에 남아 있는 주민은 100명.관공서 직원과 복구 인력,취재진까지 합치면 섬 잔류 인원은 모두 280여명이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으로 섬을 떠나 경기 김포 양곡지구의 한 아파트에 임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박충식씨는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이 있을까봐 걱정이 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광화문 인근 기업에 다닌다는 방창석씨(남 · 29)는 "서울도 북한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다"고 말했다. 삼성역 근처의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서지은씨(여 · 28)는 "동료들끼리 '별일 없겠지'라며 서로를 위로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일부 기업은 아침 일찍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회사원 김모씨는 "출근하자마자 사장님이 각 부서장들을 집합시켜 만일에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은행원 이정현씨(남 · 27)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동료들은 주가가 얼마나 떨어질지 걱정하며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동요로 수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서울 방배동의 한 초등학교 교사 장모씨(여 · 29)는 "수업 시간 내내 학생들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는 통에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아이들을 일찍 집에 보내 달라는 학부모들의 전화도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는 70~80명의 시민들이 TV 앞에 모여 뉴스특보를 시청했다. 몇몇 시민들은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설마 전쟁이 나겠냐" "전쟁나면 우리만 손해다" "왜 훈련 시작 안하냐"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김학희씨(58)는 "훈련이 끝나고 잠잠해지면 북한이 또 기습적으로 도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연평도 도발 때 좀 더 강력하게 대응했더라면 북한이 추가 도발 의욕을 갖지 못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자용씨(36)는 "햇볕정책의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북한에 대해 자꾸 봐주는 식으로 하는 것보다는 우리도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군의 사격훈련은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온라인을 달궜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우리 군의 사격훈련을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우리 영해에서 사격훈련을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며 "이런 때일수록 국민들이 군을 믿고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간 북한이 저지른 일련의 도발 행위를 봤을 때 사격훈련을 안 한다고 해서 그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한 네티즌은 "같은 민족이라도 더 이상의 도발은 용납할 수 없다"며 "언제든지 싸울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은 그러나 "정당한 훈련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시기적으로 남북이 너무 긴장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김인완/이고운/김일규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