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연평도에서 사격훈련을 한 20일 외환시장은 요동쳤지만 우려했던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원 · 달러 환율은 장중 급등세를 나타냈지만 실제 사격훈련을 한 이후엔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채권 금리도 큰 폭의 등락 없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북한이 위협과는 달리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키로 했다는 소식도 불안 심리 진정에 도움이 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향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환율 급등 후 하락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2원10전 상승한 1265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한국 군이 연평도 사격훈련을 예고한 데 대해 북한이 핵전쟁까지 들먹이며 협박하자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우리 군이 오전 11시 사격훈련을 예정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율은 1167원 이상으로 뛰었다. 훈련 시간이 오후 1시로 연기된 후 숨고르기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오후 1시를 앞두고선 117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엔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탔다. 오후 2시를 약간 넘은 시간엔 1160원 아래로 떨어졌다. 실제 사격훈련이 시작된 오후 2시30분엔 1158원 아래로 하락했으며 장 막판엔 급락세로 바뀌었다. 결국 종가는 지난 주말에 비해 2원70전 내린 1150원20전을 기록했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오전엔 불안심리가 확산되며 환율이 급등했지만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내놓음으로써 하락 마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역외 외국인투자자들도 오전에 환율이 뛰자 달러를 팔자는 주문을 내놨다"며 "전반적인 심리는 악화돼 있지만 수급상황은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우리 군의 사격훈련에 대해 북한의 반응이 없어 환율이 하락했다"며 "향후 환율은 북한의 반응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삼성선물은 연말까지 원 · 달러 환율이 1130~1180원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는 눈치보기

이날 채권시장에선 관망세가 강했다. 우리 군의 사격훈련과 북한의 대응,그리고 주변국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했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전 중 연 3.38%를 기록,지난 주말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저금리 마감 추세에다 은행세 발표 등을 감안하면 보합 수준이라는 게 참가자들의 분석이다.

오후 들어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하락 반전했다. 종가는 연 3.35%로 지난 주말에 비해 0.01%포인트 떨어졌다. 5년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4.13%로 0.01%포인트 떨어졌고,10년물과 20년물 금리도 하락했다.

김일구 대우증권 채권분석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 채권투자자들은 외환시장을 가장 먼저 주시한다"며 "이날 역시 금리가 환율 변화에 따라 반응했다"고 전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오전 중엔 투자자들이 경계심에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지만 오후 들어 사격 훈련이 시행되자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장 중 1170원을 넘어섰던 원 · 달러 환율이 1150원대로 다시 급락하면서 국내 기관의 채권 매수세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이 나흘 연속 국채선물을 매도했지만 21일 만기를 앞둔 보유물량 교체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박 연구위원은 "12월물에 대해서는 매도 우위였지만 신규물인 3월물에 대해서는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단기 급등했던 미국 국채금리가 내림세로 돌아서고 있어 국내 채권시장에도 단기적으로 반발성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강지연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