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자신의 복지 정책에 관한 밑그림을 공개했다. 핵심 주제어는 자립형과 맞춤형 복지다. 자립형은 소위 '물고기를 주기보다 낚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복지정책이고,맞춤형은 연령과 소득 등 각자의 처지에 맞는 복지정책을 뜻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이 같은 개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을 제시했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이 발의하는 법안에 대해 직접 공청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서는 "다른 대권 주자들보다 복지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공청회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의원 70여명과 지지자 400여명이 몰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현 사회보장제도는 서구 국가들이 과거에 시행하던 현금급여 중심"이라며 "제가 제안하는 한국형 복지 모델의 핵심은 △선제적 △예방적 △지속가능한 통합 복지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민이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리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똑같은 돈을 써도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적 틀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복지정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차원에서 일부가 아닌 전체 법령을 아우르는 법 개정안을 준비했다. 복지정책을 완전히 개편하기 위해 복지 관련 법들의 가장 근간이 되는 사회복지기본법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정안에서 복지의 기본이념을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저생활 보장과 생활수준 향상'에서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고,사회참여와 자아실현을 보장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박 전 대표 측은 설명했다.

공청회에는 박 전 대표의 복지분야 조언자로 알려진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와 최성재,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주제 발표자로 나섰다.

안종범 교수는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비전과 추진방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선 △소득보장 △사회서비스 중심 △생애주기별 정책 중 하나를 중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사회보장기본법과 사회복지사업법 등 현행법들 사이에 중복되는 내용을 솎아내고 집행 기관들 간의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의 일환으로 복지정책의 실질적인 집행기관인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성도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상훈 교수는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철학적 기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선진국이 시행하는 복지정책의 변화 방향은 결과의 평등에서 기회의 평등으로 가고 있다"며 "잘못된 복지로 재정을 쏟아붓기 전에 현 복지 정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최성재 교수는 자립형 복지정책과 관련,"소득보장과 더불어 교육,직업훈련 등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복지 수혜자들이 전 생애에 걸쳐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