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만에 연평도에서 사격훈련이 재개된 20일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몇몇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사무실 한쪽의 TV는 꺼져 있었다. 한 매니저는 "대부분 직원들은 예정된 기업 탐방으로 자리를 비웠다"며 "북한 리스크가 증폭되더라도 단기 이슈에 그칠 것으로 예상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시 불거진 지정학적 위기를 증시가 일단 버텨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2000선이 무너졌지만 막판 급속히 회복해 2020선을 지켰다. 개인은 주식을 대거 팔았지만 외국인과 연기금은 '쌍끌이' 매수에 나서 북한의 연평도 기습포격 다음 날(11월24일)과 같은 패턴을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가 증시의 기초체력과 무관한 이슈여서 연말 랠리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이 있어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외국인 · 기관 '쌍끌이'로 2020선 지켜

개장 전 국방부가 "오늘 사격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지수는 18포인트 이상 하락세로 출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성명서 채택 문제를 논의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는 소식에 지수는 2000선을 내주고 1996.44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오전 11시께로 예정됐던 훈련이 오후 1시 이후로 연기되자 지수는 단숨에 2010선을 회복하며 안정세를 되찾았다. 북한이 유엔 핵사찰단의 입북을 허용했다는 CNN 보도까지 나오자 오후 2시 무렵 2020선까지 올라섰다. 이어 오후 2시30분께 훈련이 시작됐다는 뉴스에 지수가 잠시 밀리기도 했지만 북측의 반응이 없자 다시 상승해 2020.28로 마감했다.

시시각각 전해진 국내외 뉴스에 따라 지수는 오락가락했지만 증권가는 비교적 차분했다. 대우증권 본사 트레이딩센터도 큰 동요는 없었다. 남기천 대우증권 고유자산운용본부장은 "장 시작 전에 시나리오별로 매매전략을 세밀하게 짜놓았기 때문에 무난히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딩센터는 오후 2시30분께 사격훈련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잠시 술렁였지만 금세 조용해져 매매 주문을 넣는 키보드 소리만 들렸다.

◆상승 추세 유지…단기 급등은 부담

다시 부각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일시 흔들림은 있었지만 국내 증시의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코스피지수가 연말까지 2007년 사상 최고치(2064.85)에 근접한 2050~2060선까지 오를 여력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사격훈련에도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였고 지정학적 위기에 가장 민감한 외환시장도 선방했다"며 "북한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더라도 장중 조정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북한 리스크의 수준이 위협적인 돌발 행동에서 국지전으로 강도가 세졌지만 과거 학습효과를 감안할 때 투자심리를 급속도로 냉각시킬 정도의 악재는 아니다"며 "일단 안정을 되찾은 코스피지수는 이달 중 2007년 고점 근처까지 오름폭을 키워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추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정우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북한 리스크는 현재로선 일시적 악재에 그쳤지만 이달 들어 지수가 2000선 위로 급하게 올라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통상 연말에는 거래가 부진한 경향이 있어 올해 증시는 2000선 근처에서 횡보하면서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