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유 지존' 한국야쿠르트, 헬스케어서 '新성장판'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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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공장' 저력
35년 유산균 연구 경험 살려…건강식품·천연비타민 사업 진출
'아줌마 파워' 막강
판매요원 1만3000명 넘어…'건강 살피미' 등 서비스 진화
35년 유산균 연구 경험 살려…건강식품·천연비타민 사업 진출
'아줌마 파워' 막강
판매요원 1만3000명 넘어…'건강 살피미' 등 서비스 진화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지난 9월 영국 옥스퍼드에 본부를 둔 면역약학 관련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이뮤노파머콜로지(International Immunopharmacology) 발행회사로부터 축하 편지 한통을 받았다. 2008년 경희대 약대와 공동으로 이 저널에 실은 '유산균의 염증 억제에 관한 연구'(볼륨 8)라는 논문이 올해까지 2년간 세계 각국의 다른 논문에 가장 많이 인용된 '톱 10'에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허철성 연구소장은 "국내 식품기업의 연구논문이 전 세계 면역약학 전문가들로부터 높이 평가받았다는 자체가 의미있다"며 "이런 연구 결과는 곧바로 회사 제품 개발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헬리코박터프로젝트 윌','헛개나무 쿠퍼스' 등 유(乳)업계에서 '대박' 제품이라고 부르는 이들 발효유는 한국야쿠르트의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에서 나왔다. 이 회사는 35년간 집중해 온 유산균에 대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계속되는 발효유 히트상품
'윌'의 올해 매출은 25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000년 출시와 동시에 '위 건강 발효유'로 주목받으며 판매량이 계속 늘어 2005년 매출 2000억원을 넘겼으며,지난해엔 250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단일 제품의 매출이 음료업계 3위인 해태음료와 맞먹는다.
한국야쿠르트의 발효유 히트상품 계보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 설립 2년 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야쿠르트'가 그것이다. 국내 요구르트 효시인 이 제품은 대표적인 '스테디 셀러'로 지금도 하루에 250만개가량이 팔리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1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퍼100'은 떠먹는 요구르트 분야에서 20년 이상 2위권을 지키며 올해 매출 720억원을 기록했고,1995년 출시한 메치니코프(올 예상 매출액 570억원)도 드링크 발효유로 자리잡았다.
윌의 뒤를 잇는 '빅 히트' 제품은 지난해 다시 나왔다. '헛개나무 쿠퍼스'가 그것이다. 발효유와 건강기능식품을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이 제품은 식품의약안전청으로 부터 간 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증받으면서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출시 2년째인 올해 1200억원어치가 팔렸다. 발효유 이외에도 유기농 야채음료 '하루야채'와 용기 라면 '왕뚜껑'이 올해 500억~600억원대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연구 · 개발중인 유산균 2000개 넘어
국내 발효유 시장규모는 올해 1조5000억원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한국야쿠르트의 점유율은 43% 선에 달할다.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다른 유업체들이 잇따라 발효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히트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최근 5년 이상 이 점유율을 지켜내고 있다.
히트상품 등장의 배경에는 이 회사의 연구 · 개발(R&D) 파워가 자리잡고 있다. 용인 기흥에 있는 중앙연구소는 업계에서'유산균 연구의 메카'로 불린다. 신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유산균 및 면역체계에 대한 기초 연구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어서다. 연구소가 외부에 발표한 논문수는 147건에 달한다. 특허 건수도 83건에 이르고 있다. '헛개나무 쿠퍼스'도 2005년 한국식품과학회지에 발표한 '알콜을 투여한 쥐에서 발효유의 섭취가 간 조직 내 항산화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근거로 탄생했다.
연구 중인 유산균 수는 2000개를 넘는다. 특허균주 24개를 비롯 자체 개발한 유산균 202개를 확보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제품에 사용하고 있는 유산균 81개 등도 보관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 제품 연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유산균과 관련된 생명공학 및 바이오 분야까지 연구를 확대할 방침이다. 유산균을 이용한 면역강화 물질을 개발하고 여기에 유전공학을 접목시키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를 위해 2005년 50여명 수준이던 연구인력을 80여명으로 늘린 데 이어 2~3년 내 100여명 규모를 갖출 예정이다. 기흥연구소도 내년에 증축한다. 허 연구소장은 "최근 경희대와 '한약재를 이용한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광주과학기술원과 생명공학 및 면역질환 예방 분야를 함께 연구하기로 한 것은 최고 수준의 유산균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화하는 '아줌마' 마케팅
한국야쿠르트의 핵심 판매요원인 '야쿠르트 아줌마'.1만3000여명을 넘어선 이들의 판촉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고객 친밀도를 활용해 오프라인 영업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온 · 오프라인을 접목한 영업에 나서는 것은 물론 이웃의 위험과 고객의 건강까지 보살피는 '건강살피미'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를 파고들고 있다.
올 상반기 선보인 '건강살피미' 서비스는 고객이 같이 살지 않는 부모나 지인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주문하면 야쿠르트 아줌마가 매일 제품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주 1회 한국야쿠르트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의 부모나 지인의 건강 상태 등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옥션 등 오픈마켓에서도 야쿠르트 아줌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G마켓 등과 제휴를 맺고 고객들이 이들 오픈마켓을 통해 제품을 신청할 경우 야쿠르트 아줌마가 이를 배달하는 방식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올해 한국야쿠르트의 1조1600억원의 매출 가운데 8000억원가량을 담당했다.
◆헬스케어,신성장동력으로 키운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4월 비타민 '브이푸드(Vfood)'를 선보인 뒤 '천연'이라는 문구를 붙여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자 합성 비타민을 판매해온 일부 업체들이 반박에 나섰다. 100% 천연일 수 없다며 과장 광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천연 원료로 만든' 비타민이라고 표현하는 선에서 일단락났으나 이 같은 신경전은 한국야쿠르트의 제품 경쟁력 때문에 생겨 났다는 게 식품업계의 분석이다. 브이푸드는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 올 하반기에만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초 목표로 정했던 200억~3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2008년 중앙연구소에 건강기능식품개발팀을 만들어 2년 가까이 국내외를 오가는 연구를 거듭한 결과였다.
양기락 사장은 "브이푸드는 한국야쿠르트가 헬스케어 사업을 차기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첫 성과물"이라며 "앞으로 면역강화,관절염 예방,아토피 치료 등의 효과가 있는 유산균 제품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